신도시는 초창기에 인프라가 미비하다보니 집값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미분양이 쏟아지면서 청약통장 없이도 그냥 계약을 통해 입주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집값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에 얽힌 재미 있는 사연이 있다. 부동산 전문가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고준석TV’에는 경기도에 위치한 신도시 미분양 아파트를 잡았다가 지난해 서울로 들어와 성공적인 ‘갈아타기’를 한 부부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이들 부부는 신도시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르던 지난해 과감히 서울의 구축으로 이사했다. 직장과 가까운 ‘직주근접’의 이점에 기존의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서다. 불과 1년이 지난 지금, 집값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 부부가 별내신도시로 이사오게 된 건 2015년말이었다. A씨의 처갓집은 의정부였고, 아내의 동생도 별내신도시로 분양을 받았다. 부부는 집값 상승을 보기보다는 단친정집과 가깝게 산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계약을 결심했다. A씨의 아파트는 2013년 분양했던 별내푸르지오로 당시 미분양이었다.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3억3,000만~3억4,000만원으로, 당시 미분양 주택은 단돈 500만원만 있으면 계약 가능했다.
예상대로 신도시는 깨끗하고 쾌적했다. 뒤로는 국사봉에 아파트와 이어지는 등산로까지 있었고, 앞으로는 천이 흘렀다. '배산임수'라는 말이 걸맞을 정도로 자연 친화적인 입지에 만족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런 만족감도 잠시, A씨와 남편은 고된 출퇴근길에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경춘선을 이용하려 해도 별내역까지 버스로 15분이나 걸렸고 꽉막힌 수도권 순환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 진입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집값이 좀처럼 오르지 않던 별내집은 지난해 반전은 맞았다. 2019년까지만해도 4억원대였던 집값이 별안간 5억원대로 뛴 것이었다. 서울지하철 4호선과 8호선 연장 소식에 GTX-B노선까지 언급되면서 한달에 수천만원씩 집값이 올랐다. 지역 카페에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A씨와 아내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별내집을 팔아서 서울 역세권 아파트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별내의 집을 팔아 서울로 이사가기 위해서는 30년이 넘은 헌집에 주택면적도 줄여가야 했다. 가족과 주변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다들 반대했다. 집값이 뻔히 오를 게 보이는 별내 새 집을 두고 30년 된 구축 소형으로 가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이 부부는 서울 입성으로 마음을 굳혔다. 별내에서의 생활도 좋았지만, 5년동안 겪은 교통난와 인프라 부족은 조만간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별내 집을 작년 6월에 5억6000만원에 매도하고 이 자금으로 상계주공 6단지 전용 58㎡(약 25평)를 샀다. 집값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여윳돈으로 각종 세금을 내고 인테리어를 하고 집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상계주공 6단지의 전용 58㎡는 지난달 9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호가는 9억6000만원에 달한다. 불과 1년 여만에 4억원의 집값이 뛰었다. 물론 별내의 집값도 상승했다. 별내푸르지오는 이달들어 7억85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집값이 양쪽 다 올랐지만 별내는 2억원, 서울은 4억원의 집값이 오른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정부의 각종 규제와 세금 부담으로 1주택자가 갈아타기를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신축만 고집하기 보다는 종합적으로 장기적으로 살펴보고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