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시장 무시하는 분할 상장

박상우 유안타증권 금융센터서초본부점 지점장

박상우 유안타증권 금융센터서초본부점 지점장

지난해 9월 17일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부문 분할을 결정하자 시장의 반응은 매우 차가웠다. 올 8월 4일 회사 분할을 결정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반응 역시 우호적이지 않았다. 대리인 문제를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분할 합병 상장, 지주사 평가가 시장에서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의 확대와 함께 대주주 지배권, 이익 중심으로 진행되는 회사 분할 상장은 시장의 냉혹한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배 구조 합리화와 경영 합리화라는 방향성에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장려하는 정책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실제 LG·SK·CJ 등 대기업집단을 비롯해 167개 기업이 지주사로 전환·등록돼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지주사 전환은 냉철하게 대주주 입장에서 지배 구조의 안정화 및 단순화라는 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대리인 문제를 야기시키는 소유·지배 괴리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주로 대주주의 안정된 지배권 확보와 지분 승계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평가다. 이는 자연스럽게 시장의 냉철한 가치 평가로 이어져 지주회사 할인을 고착화하고 있다.


우리와 유사한 지주사 체제를 갖춘 인도 등에서 지주사 할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국내 지주사 평가 시 순자산가치(NAV) 할인율과 유사한 분포(할인율 40~60%)를 보여주고 있으며 미국·일본·독일 등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첫째, 자회사 소유 지분이 미국의 경우 대부분 100% 완전 자회사 형태이며 일본·독일도 이와 유사하다. 둘째, 이에 따라 지주사 또는 단일 기업 형태로 한 회사만 상장돼 있다.


미국의 경우 소액주주의 집단소송·다중대표소송 등 실질적인 소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며 실효적인 세제 혜택이 있어 뚜렷한 완전 자회사 형태로 지배 구조가 만들어진다. 여러 단계로 출자가 이어져 손자회사·증손자회사가 존재하더라도 소유·지배 괴리가 나타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기업집단보다는 단일 기업 형태(stand alone)의 상장기업이 유일한 형태이다 보니 대체 투자의 여지가 없다. 쉽게 말해 유튜브에 투자하고 싶다면 유일한 상장 지주사인 알파벳에 투자해야 한다. 안드로이드·딥마인드 모두 유일한 상장사 알파벳을 통해 투자할 수밖에 없다.


유럽 최대 인터넷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Prosus는 그 자체가 Naspers를 모기업으로 하고 있다. 시가총액 1,000조 원을 넘나들던 텐센트(상장, 최대주주 31%), 세계 배달 시장 공룡 딜리버리히어로(상장), 러시아 최대 소셜미디어 Mail.ru(상장), 수많은 페이 기업과 디지털 광고 에이전트 OLX 등의 지주사이지만 시총은 250조 원에 머물고 있다.


반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한 안드로이드, 검색 광고 1위 구글, 동영상 스트리밍 1위 유튜브, 딥마인드와 네스트, 칼리코와 웨이모의 유일한 상장 지주사인 알파벳의 시총은 총자산의 일곱 배에 달하는 2,000조 원에 이른다.


대주주 이익에 집중된 기업 쪼개기와 상장은 냉혹한 시장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평가를 받고자 한다면 이제는 그만 나누고 뭉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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