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현실에 안주하던 금융사들과 달리 핀테크가 오히려 기업가 정신을 금융 산업 안으로 끌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사들에도 기업가 정신이 중요해진 시대입니다.”(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금융사들이 규제를 따르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던 만큼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은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존 규제를 우회하면서 은행이 배달 서비스에 진입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등 금융사들에서도 기업가 정신들이 조금씩 발현되고 있습니다.”(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장)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과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장, 이혜민 핀다 대표가 20일 ‘제21회 서경금융전략포럼’에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서경금융전략포럼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패널 토론을 추가해 심도 있는 금융 전략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사회자로 나선 김 교수는 먼저 이 대표에게 한국에서 핀테크 기업을 하면서 겪고 있는 힘든 점에 대해 물었다. 김 교수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 심사위원을 지냈으며 지난 8월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
이 대표는 “대출 비교 플랫폼인 핀다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로 선정된 후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로 정식으로 등록되면서 규제로 인한 큰 문제는 없었지만 해외에서 투자를 받을 때 규제나 법적인 문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외국 투자가들에게 우리나라 금융 규제 안정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규제로 인해 진행되던 사안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등 외부에서 보는 투자 리스크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핀테크들이 투자를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국내 핀테크들은 숫자도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질적 성장도 더욱 필요한 만큼 인수합병(M&A)이나 대형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가장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존 금융사들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아 혁신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 소장은 “금융 산업은 진입 장벽도 높고 혁신이 용이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금융 당국에서 정해놓은 규정을 따르는 게 우선이 되다 보니 새로운 것을 스스로 생각하기 힘든 환경이었지만 금융사들이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 등 반성할 부분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사들이 금융 외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있었던 만큼 최근 은행도 배달 서비스에 진입하겠다고 한 사례는 기존 금융사에서 기업가 정신이 드러난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소장은 “플랫폼이 빅테크만의 전유물로서 독과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핀다 같은 핀테크 플랫폼들이 많아져서 새로운 플랫폼들이 계속 경쟁하고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내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이 ‘공정 경쟁’과 ‘혁신’이라는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려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들은 물론 핀테크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을 봤으면 좋겠다”며 “전부 다 국내 시장만 보고 서비스를 론칭하지만 동남아나 중앙아시아까지 보는 등 최소한 아시아 시장까지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