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 시간)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가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을 찾은 스티븐 므누신 전 미국 재무장관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얘기하면서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뜻의 ‘해즈 투(has to)’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완곡한 표현이나 조언이 아닌 직설적 어법을 쓴 것이다.
므누신 전 장관은 “나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8~9%의 물가 상승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3.5%만 해도 우리가 오랫동안 겪어보지 않았던 끔찍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틀렸다’ 직설 화법
특히 그는 재무부나 연준의 예측 모델이 맞지 않다는 말까지 했다. 직전 재무장관을 지낸 이의 발언으로는 믿기 힘들 정도로 수위가 높았다. 자신이 당국자였다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벌써 시작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위험이 크고 시급하다는 얘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월가의 큰손인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도 저금리는 누구나 좋아하지만 이를 지속할 경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저금리가 되면 사람들은 낮은 금리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고 정치인들은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으며 재무부는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이 적어진다”며 “모든 이들이 낮은 금리를 원한다. 이는 아이스크림과도 같다”고 했다. 모든 이들이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듯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저금리에 계속 취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에 큰 타격이다. 마크스 회장은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하면 물가에 영향을 주고 달러는 약세를 보여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며 “그래서 균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금리 정상화 머지않아
전날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에 참석한 월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냐 아니냐를 두고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이날은 물가 상승이 상당한 문제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실제 므누신 전 장관은 연준이 긴축에 나서도 증시에 큰 조정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증시에 조정이 곧 올 것이냐는 질문에 “조정이 임박하지는 않았다”며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금리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정상화 과정에서 시장의 큰 조정이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대표는 한국 기자들과 만나 “(므누신 전 장관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얘기했지만) 우리의 판단이 맞다면 나는 오는 2023년까지 연준이 금리를 올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너무나 많은 혼란이 있을 것이다. 갑자기 가격이 급락하고 혁신을 통해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디플레이션(가격 하락) 요인이 크다는 것으로 그는 공급망 문제가 본격화하기 전인 올봄 이전부터 이 같은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이날 므누신 전 장관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파월 의장을 추천한 게 나다. 그는 코로나19 과정에서 아주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를 다시 임명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암호화폐 투자, 신중해야
그는 암호화폐에 대한 경각심도 재차 드러냈다. 므누신 전 장관은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여겨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암호화폐는 금과 같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랜섬웨어 같은 불법적인 활동에도 사용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달러와 가치가 1 대 1로 교환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므누신 전 장관은 “스테이블코인을 하려면 국채나 유동성이 상당한 높은 등급의 어음에 투자해야 한다”며 “정부 머니마켓펀드(MMF)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암호화폐에는 투자하지 않지만 스테이블코인이나 블록체인 같은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디지털 달러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것이며 금리 같은 주요 변수는 앞으로도 예측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오크힐어드바이저스의 아담 케르츠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신용 시장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크본드의 황제’로 불렸던 마이클 밀컨 밀컨연구소 설립자는 “나는 지금까지 금리를 정확히 예측해 재무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며 “때로는 (예측에) 승리하고 때로는 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