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구독경제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의 소비 성향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주기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구독경제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기업들도 가전, 정보기술(IT) 기기, 생활용품 등 전 분야에 걸쳐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구독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20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온라인 구독 서비스의 50% 이상이 20~30대였으며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구매에 큰돈이 들지만 젊은 층의 수요가 큰 자동차다. 현대차(005380)·기아를 비롯해 쏘카 등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선보이는 구독 상품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수만~수십만 원가량의 돈을 내면 다양한 차종을 바꿔가며 탈 수 있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자동차를 목돈이나 할부로 구매하는 것보다 부담이 덜하고 다양한 차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현대셀렉션’을 운영하는 현대차의 경우 지난 2019년 출범 초기 200명에 불과하던 가입자 수가 2년 만에 2만 5,000명을 넘어섰다. 쏘카의 구독 상품인 ‘쏘카 플랜’은 3월 말 기준 누적 계약 6,000건을 돌파했으며 전체 이용자의 60%가 MZ세대다.
가전제품 구독 시장에서도 MZ세대들은 주력 고객이다. 실제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1만 대를 넘어서며 흥행 중인 삼성전자(005930)의 ‘비스포크 큐커’도 구독 판매 덕을 크게 봤다. 비스포크 큐커는 간편식 조리에 최적화된 멀티쿠커로, 20~30대가 전체 구매자 중 85% 이상을 차지한다. 눈에 띄는 점은 전체 판매 물량 중 구독 상품인 ‘마이 큐커 플랜’을 통한 판매가 8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플랜 이용 시 2년간 매달 3만 9,000원어치의 밀키트를 제휴 쇼핑몰을 통해 구매하는 조건으로 기기를 5만 원(정상가 59만 원)에 살 수 있다.
최근 MZ세대들은 자동차나 가전 외에 다양한 영역으로 구독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 ‘술담화’는 최근 서비스 시작 2년 만에 구독자 1만 명을 돌파했다. 구독자 중 80%가 MZ세대다. 꽃 정기 구독 서비스 ‘꾸까’는 약 4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용자 평균연령은 30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MZ세대는 하나의 상품을 거금을 들여 소유하기보다 다양한 상품을 구독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길 원한다”며 “결국 이들을 위해 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이 구독경제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