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1일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나 직접 채용과 산업 생태계 지원·육성을 통해 3년간 청년 일자리 3만 9,000개를 창출한다고 밝혔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LX그룹 계열 분리로 추가 고용 여력은 낮아졌지만 인공지능(AI)·배터리·전장 등 신성장 동력 투자를 늘리고 청년 취업난 해소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취지다.
정부와 LG그룹은 이날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청년희망ON 프로젝트’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청년들에게 교육 기회와 일자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구 회장은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소임은 일자리 창출”이라며 “학계나 중소기업, 협력 업체, 청년 스타트업이 함께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를 육성해 일자리를 더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청년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봉쇄됐다는 게 제일 혹독한데 LG가 AI·빅데이터·배터리 같은 차세대 기술 분야의 좋은 청년 일꾼들을 키워주시겠다고 해 감사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고 구 회장도 함께 머리를 숙였다.
LG그룹은 우선 앞으로 3년간 매년 1만 명씩 모두 3만 명을 직접 채용한다. LG전자는 지난 7월 말부로 휴대폰 사업을 중단하며 3,700여 명의 직원을 전환 배치했다. 또 올 5월 LX그룹과 분리해 하우시스 등 5개 계열사가 빠졌다. 예년보다 그룹 신규 채용 수요가 줄었는데 고용을 오히려 10%가량 늘리기로 한 것이다. 신규 직원은 디지털전환(DX)을 비롯해 AI와 배터리·전장·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그룹 차원의 육성 사업에 대거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LG는 산업 생태계를 지원해 간접 일자리 9,000개도 만든다. 직접 채용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소·벤처 업계에 마중물을 부어 더 많은 고용 창출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구 회장이 강조한 ‘선순환 구조’다.
스타트업 분야에는 1,500억 원을 투자해 3년간 약 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함께 공동 연구개발(R&D)과 사업화를 추진하는 LG커넥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LG는 LG사이언스파크에 스타트업을 입주시켜 업무 공간과 유무형의 자산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오픈랩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대학들과 산학 연계로 맞춤형 교육과 현장 실무를 강화하는 ‘채용 계약 학과’는 기존 소프트웨어(SW)·광학·스마트융합 분야에서 배터리와 AI 전공까지 늘려 5,8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고려대, 이달 연세대와 차례로 배터리 부문 인력 양성을 위한 계약 학과를 신설했다.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프로그램인 ‘LG 소셜캠퍼스’와 지역 청년 혁신가를 키우는 ‘로컬밸류업프로그램’ 등을 강화해 1,200개의 청년 일자리도 창출한다. 김 총리는 이날 간담회가 열린 LG사이언스파크에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돌아가신 구본무 회장이 애착을 가지고 대한민국과 전 세계 인류의 미래를 위해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LG와 함께 훈련하고 일할 수 있는 청년들이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가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열어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LG가 동참하면서 김 총리가 추진한 ‘청년희망ON’을 통해 향후 3년간 기업들이 약속한 일자리 창출 개수는 총 8만 1,000개로 늘었다. 지난달 KT가 1호 기업으로 정규직 1만 2,000여 명 고용을 약속했고 삼성그룹이 일자리 3만 개 창출 계획을 밝혔다. 김 총리는 오는 25일 SK그룹과 ‘청년희망ON’ 프로젝트를 열고 최태원 SK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도 프로젝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