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국감을 성공적으로 끝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24일 만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후보가 민주당 ‘원팀 결성’으로 인한 지지율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0일 이 후보는 경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결정됐으나 경선 결과를 두고 당내 내홍이 불거지면서 통상 후보 결정 직후 관측되는 지지율 상승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전 대표 지지층 중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답변이 13~14%대에 그치는 반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반응은 최대 40%에 달해 ‘역컨벤션 효과’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후보가 57% 가까운 수치로 본선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50.29%로 신승한 것이 내홍의 원인이다. 30여만 명이 참여한 3차 슈펴위크에서 이 후보의 득표율이 28.3%에 그친 반면 이 전 대표가 62.37%를 얻어서다. 이에 경선 중 논란이 됐던 사퇴 후보자 득표 처리 방식이 문제가 됐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표를 유효득표수에 산입하면 이 후보의 득표율이 50% 아래로 떨어져 결선투표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 역시 이 후보를 향해 번지던 시점이어서 이 후보를 ‘불안한 후보’로 여기는 이 전 대표 지지층의 승복이 쉽지 않은 형국이었다. 민주당 당무위원회에서 재차 이 후보가 민주당 제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임을 확인하고 이 전 대표가 결국 사흘만에 경선 결과를 받아들였지만 상흔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전카드는 대장동 국정감사였다. 당초 국정감사장에 이 후보가 피감기관장(경기도지사)로 출석할 경우 야당의 공격에 노출되므로 지사직 사퇴를 통해 국정감사 출석을 회피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 후보가 출석의사를 밝히면서 ‘이재명 국감’이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의 정면승부는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행정안전위원회, 20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진행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은 ‘한방’을 보여주지 못한 데 비해 이 후보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빌어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쟁점별로 상세히 국민들에게 설명할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독 인형’, ‘돈다발 사진’ 등이 논란이 되면서 오히려 야당에 비판의 목소리가 집중됐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역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처음에는 나가지 않았으면 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나갔다”라고 말했다.
검색량을 분석해보면 이 지사의 정면승부가 이슈 몰이에 확실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네이버 검색어 분석 서비스인 ‘네이버 데이터랩’을 이용해 키워드 ‘국정감사’를 분석한 결과 이 후보가 행안위 국감에 출석한 지난 18일 가장 많은 검색량(100)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검색량이 많은 날은 이 후보가 국토위 국감에 출석한 지난 20일(51)이었다. 이 기간 평균 검색량이 20.5임을 고려하면 행안위 국감은 평균의 5배, 국토위 국감은 2.5배 더 많은 수치다. 카카오의 검색어 분석 서비스인 ‘카카오 데이터트렌드’에서도 비슷한 추이가 관측됐다. 국정감사 기간 중 키워드 ‘국정감사’ 검색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역시 18일 행안위 국감이 검색량 100으로 1위, 국토위 국감이 58로 2위였다. 각각 국정감사 기간 평균 검색량(18)에 비해 5.5배, 3.2배에 달한다. 네이버 데이터랩과 카카오 데이터트렌드는 분석기간 중 가장 검색량이 많은 날을 100으로 두고 상대적인 검색량 변화 추이를 분석해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트렌드를 분석해보면 이 후보가 대장동 국감에 쏠린 관심을 통해 의혹을 털어내는데 어느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연관어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된 단어들이 대거 사라져서다. SNS상의 텍스트를 빅데이터화해 분석해주는 ‘썸트렌드’에 따르면 경선 직전인 이 후보의 지난 10월 1주차(4~10일) 연관어에는 ‘유동규’(3위, 10만 3,232건), ‘게이트’(8위, 6만 2,634건), ‘화천대유’(11위, 5만 7,543건)과 같이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된 단어들이 상당히 포진해 있었다. 특히 연관어 ‘구속’(7위, 6만 4,844건)은 전 주에 없던 키워드로 언급량이 급증하며 새로 상위 10위권으로 진입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구속된 여파로 보인다.
반면 국정감사가 진행된 10월 3주차(18~23일)의 경우 위 키워드 중 ‘유동규’(8위, 4만 3,267건)만 상위권을 지키고 있었다. 대신 ‘조폭’(4위, 5만 9,202건), ‘국감’(7위, 4만 4,185건), ‘박철민’(13위, 3만 5,112건) 등 대장동 국정감사와 관련된 키워드들이 대거 상위권에 올랐다. ‘조폭’, ‘박철민’은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가 국제마피아파(조폭)으로부터 20억원을 불법 수수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돈다발 사진’을 증거사진으로 제시한 일이 회자된 결과로 보인다. 이날 김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지 수시간만에 해당 돈다발 사진이 제보자가 개인 SNS 계정에 과시용으로 올린 사진임이 알려지며 허술한 질의라는 비판을 샀다. 이 후보의 국정감사 출석으로 대중의 이목이 대장동 개발 의혹에서 국민의힘의 부적절한 질의로 옮겨간 모습이다. 이 후보로서는 국정감사 출석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셈이다.
‘이재명 국감’을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소명도 마치자 당내에서는 원팀 구성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모양새다. 이 후보가 광주 5·18 국립 민주화 묘지와 봉화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이날 종로구 한 찻집에서 이 전 대표와 전격 회동한다.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의 지역구인 종로를 찾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 후보는 다음 주 중 문재인 대통령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선거대책위원회도 빠른 시간 내 구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