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검은 태양' 韓 첩보 액션 새 역사 썼다…8.8%로 유종의 미


‘검은 태양’이 마지막까지 예측을 불허하는 스토리로 막을 내렸다.


23일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극본 박석호 / 연출 김성용) 최종회에서는 일 년 전부터 이어진 복잡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 ‘최후의 적’과의 대결을 마무리한 국정원 요원 한지혁(남궁민)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국정원 내부를 좀먹고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비밀 조직 상무회가 해체된 것은 물론,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마음속 괴물을 물리치고 새 발걸음을 내딛는 한지혁의 모습이 그려져 힘찬 엔딩을 선사했다. 이날 방송분은 시청률 8.8%(닐슨코리아/전국)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날 방송에서 한지혁과 유제이(김지은)는 백모사를 추적하던 중 그가 한민은행의 메인 데이터센터로 향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의 진짜 목적은 국내 최대 은행의 금융기록을 모두 지워버리려는 것. EMP(전자기파) 폭탄을 이용해 서버에 있는 모든 정보를 소멸시키려는 그의 속셈을 눈치챈 국정원 요원들은 즉시 현장에 투입됐지만, 이미 백모사가 보안 시스템을 뚫고 침입해 데이터센터 건물을 봉쇄한 상태였다.


센터의 직원들을 인질로 잡은 백모사는 전국의 전광판을 통해 건물 내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면서 협상 조건을 공개했다. 한민은행의 예금, 대출, 신용정보와 기업 거래 내역 등 국내 금융 규모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모든 데이터를 삭제할지 아니면 인질로 잡힌 이들의 목숨을 희생시킬지 정부가 직접 결정하라는 것. 국가적 손실과 사람의 목숨이 저울 위에 놓이자 국민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나라 전체가 혼란에 휩싸였다.


한지혁은 이 모든 일이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백모사의 복수라고 여겼다. 그는 “결국, 국가가 인질들의 생명을 선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거야. 자신한테 그랬던 것처럼”이라며 백모사의 속내를 정확히 간파했다. 자칫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고 국가와 국민 사이 커다란 갈등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 한지혁과 유제이는 데이터센터 내에 잠입하는 데 성공하고 백모사의 소재를 찾아 헤맸다.


유제이는 백모사의 내면에 잠재한 아버지 유동만의 의식을 끌어내기 위해 어릴 적 아버지가 즐겨 듣던 음반 CD를 찾아 건물 내에 방송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한지혁이 백모사를 유인해 끌어내자 유제이는 인질들 틈에 섞여 들어갔고, 자기 자신을 마지막 카드로 내던져 그의 폭주를 막으려는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마침내 궁지에 몰린 백모사와 한지혁 사이 마지막 결투가 펼쳐졌다. 옥상으로 올라간 백모사는 언제라도 폭탄을 터뜨릴 수 있는 기폭 장치를 손에 쥔 채 한지혁과 대치했고, 거침없이 그에게 총을 쏘며 생명을 위협했다. 이때 인질들 사이에 숨어 있던 유제이가 모습을 드러냈고, 전광판을 통해 그녀를 본 백모사는 큰 동요를 일으켰다. 빈틈을 노려 그에게 총상을 입힌 한지혁은 기폭 장치를 빼앗았고, 백모사는 “네가 들고 있는 건 폭탄을 멈추게 하는 장치”라고 말해 혼란을 일으켰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 한지혁은 ‘백모사 안에 조금이라도 아빠가 남아 있을 것’이라는 유제이의 말을 떠올리며 장치의 버튼을 눌렀고 정말 폭탄의 타이머가 멈추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총상을 입고 숨을 거두기 전 백모사와 유제이의 마지막 인사는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예전의 기억을 떠올린 백모사는 “나한테도 너만한 딸이 하나 있었던가”라고 말하며 아련한 눈빛으로 딸을 바라봤고, 유제이 역시 억눌렀던 울음을 터뜨리며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아버지와 진짜 이별을 맞이했다.


한지혁은 백모사의 중계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 국민 앞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그는 총상 때문에 흐려져 가는 의식을 붙잡으며 국정원 내부에 존재하는 조직 상무회의 존재는 물론, 그들을 쫓다가 자신마저 ‘괴물’이 되어버려 동료들을 해친 사실까지 털어놨다. 상무회의 명단과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파일을 언론사와 기관에 발송한 후 그 파일을 열 수 있는 암호를 읊다가 쓰러지는 한지혁의 모습은 그의 생사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했다.


몇 년 후, 한차례의 거센 파도가 지나가고 안정을 찾은 국정원의 일상이 펼쳐졌다. 여전히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는 유제이와 마음을 비우고 한결 편안해진 모습의 도진숙(장영남), 스스로 죗값을 치르며 홀가분해진 강필호(김종태 분), 승진한 하동균(김도현 분) 등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중심을 잡는 인물들의 모습이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최종회 말미에는 사망한 줄 알았던 한지혁이 모습을 드러내 놀라움을 안겼다. 표정 없는 얼굴로 과거의 흔적들을 불사르던 그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겼고, 마침내 말끔한 슈트 차림의 국정원 요원으로 돌아와 다시 새롭게 걸음을 내딛는 엔딩 장면은 안방극장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한편 29일과 30일 밤 10시에는 스핀오프 ‘뫼비우스 : 검은 태양’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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