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가운데) 태흥영화사 대표가 지난 2005년 11월 임권택(오른쪽) 감독의 100번째 영화인 ‘천년학’ 오디션에서 임 감독, 정일영 촬영감독과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아제아제 바라아제', '서편제' 등을 제작한 한국 영화계의 거목, 이태원 태흥영화사 전 대표가 24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태흥영화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낙상 사고를 당해 약 1년 7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아 왔으니 이날 오후 끝내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빈소는 같은 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고인은 1938년 평양 지주의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한국전쟁 때 가족과 떨어지는 등 역경 속에서 성장했다. 길거리 생활을 하며 한때 '조직'에 몸담기도 했던 그는 1959년 우연히 만난 무역업자의 권유로 첫 영화 '유정천리'를 제작했으나 흥행에는 참패했다.
이후 1973년에 인수한 의정부 소재 극장을 운영하면서 영화계와 다시 인연을 맺은 그는 1984년 부도 직전의 영화사를 인수해 '태흥영화사'를 설립하고 다시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 '뽕', '기쁜 우리 젊은 날' 등으로 흥행에 성공했으며, 1989년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시작으로 '장군의 아들', '서편제' 등 한국 영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임권택 감독의 작품을 제작해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 제작자로 위상을 굳혔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취화선', '하류인생', '춘향뎐' 등 임 감독의 작품을 꾸준히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