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이 실수요 외에 투자를 위한 주택 수요까지 파악할 수 있는 통계 개발에 나선다. 사실상 실거주 수요만을 반영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부동산원은 최근 ‘주택 수요 변동 요인 분석 연구 용역’을 위한 공식 절차를 시작했다. 부동산원은 오는 11월 중 연구진을 선정해 1년간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부동산원이 시장을 분석하거나 전망할 때 실거주 목적의 수요 예측 외에 투자 수요까지 포함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부동산원은 현재 주택 수요 전망과 관련해 인구 증감이나 연령별 인구 구조, 가구 변화 등 인구 데이터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 기반만으로는 투자 동기에 따른 주택 수요까지 파악하기 어려워 시장 모니터링 지표로 이용하기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부동산원은 “주택은 가계의 중요한 자산으로서 내구소비재적 특성과 함께 수익 창출이나 자본이득도 동시에 발생한다”며 “주택 수요에는 소비적 동기와 투자적 동기가 모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금리나 가계부채, 금융 접근성 등이 해당된다. 부동산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주택 투자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동 요인을 발굴하고 이를 주택 시장 모니터링이나 시장 분석 체계를 마련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투자 수요와 관련한 새로운 통계를 발굴하는 것도 연구의 주요 목적이다. 부동산원은 소비나 투자 동기에서 주택을 구매하는 수요를 반영한 통계는 물론, 가계대출 잔액 등 투자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반영한 통계까지 함께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에는 그동안 부동산원의 통계와 시장 전망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부동산원이 지난해 초 발간한 2020년 시장 전망 보고서의 경우 예측과 실제 결과가 크게 어긋났다. 당시 부동산원은 2020년 수도권 주택 가격이 0.8% 떨어지고 전세 가격은 0.7%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12·16 대책과 대출 규제, 보유세 강화가 효과를 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주택 가격은 부동산원 자체 통계로도 전국은 9년 만에 최대치인 5.36%, 수도권은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인 6.49% 상승했다.
부동산원은 해당 보고서를 끝으로 반기마다 발간하던 시장 전망 보고서 공표를 중단하기도 했다.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전망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을 받자 “준비하다 보니 현재 상황에 맞는 미래 예측 모델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관련 정부 산하기관에서 주택 투자 수요의 존재와 영향력을 인정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실거주 이외의 수요는 모두 가수요나 투기 수요로 규정하면서 정책을 통해 억제할 대상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윤주선 홍익대 도시건축대학원 교수는 “실수요라는 정부의 개념은 실거주만을 인정해 지방 발령이나 학업·결혼 등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주택 수요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정책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요 형태를 반영한 실질 수요를 파악해야 하는데 투자 수요 역시 실질 수요에 가까운 만큼 이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는 매우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분석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시장은 기본적으로 사후적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사전에 모든 변수를 감지하기는 어렵다”며 “공공 기관일수록 펀더멘털(기초 여건) 요소 분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