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투자 열풍 속에 국내 전자책 1위 기업인 리디가 총 3,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마침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등극했다. 리디에 초기 투자를 한 국내 벤처캐피털 업체들은 투자액의 최대 6배 이상 대박을 기록하게 됐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리디북스’를 운영하는 리디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을 비롯해 미국과 국내 사모펀드(PEF) 및 은행 등으로부터 3,0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이끌어냈다. 리디와 투자사들은 구체적 투자 조건을 최종 조율 중이며 이르면 연말쯤 계약을 확정한다. 리디는 지난해 3월 산업은행 등의 투자를 받을 때 약 5,200억 원의 몸값을 기록했는데 이번에는 예상보다 높은 1조 5,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투자 유치는 리디 기존 투자자들의 구주 매출(1,500억 원)과 신주 발행 물량 인수(1,500억 원) 등 투트랙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리디에 초기 투자한 벤처캐피털들도 구주를 일부 넘기면서 대규모 수익을 보게 됐다. 리디는 이번 투자를 마무리한 후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상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리디의 이번 투자에 주축이 된 GIC는 5,450억 달러(지난 3월 말 기준)의 운용 자산을 보유한 세계 6위의 국부펀드여서 리디가 해외 상장을 추진할 경우에도 든든한 후원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GIC는 성장성 있는 기업에 관여하는 신사업 부서에서 이번 투자를 담당했으며 신주와 구주를 포함해 1,2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보수적 투자자로 분류되는 GIC지만 국내에도 토스와 마켓컬리 등에 투자한 바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사모펀드 역시 리디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이번 투자에 동참했다.
국내에서는 기존에 리디에 투자한 산은 스케일업 금융실과 사모펀드 노앤파트너스가 각각 500억 원과 400억 원 안팎을 투자할 예정이다. 산은과 노앤파트너스는 구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책정된 신주 투자 물량을 높여 베팅했는데 리디의 향후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리디에 투자했던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산은이 리디를 GIC에 적극 소개하면서 글로벌 투자의 물꼬를 텄는데 GIC의 투자 메리트를 고려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인 구주 물량을 GIC에 우선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GIC가 리디에 투자하는 것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게 된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디의 기존 투자자 중 일부는 GIC 등에 리디의 구주를 매각하게 됐다. 일부 투자자는 2016년 리디의 기업가치가 2,300억 원에 불과할 때 투자한 바 있어 5년 만에 6배 이상의 차익을 누리게 됐다.
리디는 2008년 국내 최초로 리디북스를 통해 전자책 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다. 전자책 단말기 ‘페이퍼’와 도서 무제한 월정액 서비스인 ‘리디셀렉트’를 출시하며 유료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2009년 이후 전자책 다운로드 횟수는 5억 회를 넘었으며 하루 거래액은 12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1,5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가량 고성장을 이어갔으며 영업이익도 처음 25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리디는 도서뿐 아니라 뉴스레터 등 ‘리디 셀렉트’에 담을 유료 콘텐츠 확보를 위한 실험적 투자를 이어왔다. 그러면서 웹소설과 웹툰·에세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리디는 2018년 정보기술(IT) 전문성과 친숙한 표현으로 인기를 모은 뉴미디어 아웃스탠딩을 인수해 리디 셀렉트에 아티클 서비스로 선보였는데 최근에는 경쟁자들의 무료 뉴스레터 서비스가 많아지자 아티클 서비스를 중단하고 구독료를 낮추기도 했다.
리디는 2019년 온라인 도서 광고 업체인 디노먼트를 인수하고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라프텔을 흡수합병했다. 또 지난해 2월 웹소설 전문 출판사인 에이시스미디어를 인수하며 웹툰으로 사업 확장을 예고하기도 했다. 여기에 올 초 게임 사업 진출을 위해 자회사 ‘투디씨(2DC)’를 설립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웹소설 등 국내 전자책뿐 아니라 웹툰과 게임 시장에서도 리디의 성장성은 매우 밝은 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