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기에 빛난다, 너와 나의 헤르메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주역 최재림·강홍석
극중 해설자 헤르메스 역 맡아 관객 안내
자기만의 색깔로 다른 매력 캐릭터 완성
같은 배역 세번째 "서로 다름이 큰 도움"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헤르메스 역을 맡아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최재림(왼쪽)과 강홍석/사진=이호재기자

이토록 흥에 겨워 듣는 ‘지옥 가는 길 안내’가 또 있을까.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 ‘지옥으로 가는 길1’은 매력적인 리듬으로 등장인물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아름다운 노래로 세상을 밝히는 가난한 음악가 오르페우스와 그와 사랑에 빠지는 에우리디케, 지하 세계의 광산 재벌 하데스와 당당하며 자유로운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까지. 그리고 빠져선 안 될 인물이 또 있다. “발에 날개 달린 한 남자 여러분을 목적지로 데려갈 바로 그 사람 미스터 헤르메스, 바로 나.” 작품의 포문을 여는 목소리의 주인공, 관객을 극 속으로 안내하는 해설자 헤르메스다. 이 마성의 배역을 맡아 150분의 극을 끌어가는 두 남자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완벽한 무대로 하데스타운의 흥행을 이끌고 있는 배우 최재림과 강홍석이다. 2019년 토니상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인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현대로 옮긴 작품으로, 지난 9월부터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시작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헤르메스 역을 맡아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최재림(왼쪽)과 강홍석/사진=에스앤코

“야, 이 오디션 같이 보자.” 지난해 두 사람이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여장 남자 롤라 역에 함께 캐스팅돼 무대에 오를 때였다. 강홍석이 한 영상을 최재림에게 보여줬다. 브로드웨이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던 하데스타운이었다. 그렇게 둘은 같은 배역으로 오디션에 지원했고, 함께 캐스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쟁자요? 에이, 저흰 그런 거 없어요. 저는 저를, 얘는 얘를 믿거든요.”(강) 서로의 ‘다름’을 잘 알기에 오히려 편하게 오디션이나 작품 정보를 공유한다. ‘시티 오브 엔젤’(2019)의 시나리오 작가 스타인, 킹키부츠(2020)의 드랙퀸 롤라, 그리고 이번 하데스타운의 헤르메스까지 3년 연속으로 세 편의 뮤지컬에서 같은 배역을 맡은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해 왔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강홍석이 소울 넘치는 음색으로 재즈 감성을 한껏 끌어올린다면 최재림은 독보적인 딕션과 성량으로 존재감을 내뿜는다. 두 배우의 상반된 스타일에 관객들은 ‘따뜻한 홍르메스, 냉철한 재르메스’ 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헤르메스 역을 맡아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최재림(왼쪽)과 강홍석/사진=이호재기자

다르지만, 또 닮았다. 최재림은 “겉으로만 보면 두 사람의 색이 참 다른데 사실 음악, 비트를 즐기면서 그걸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며 “배우적인 성격에서 비슷한 게 많고, 그래서 이야기도 통한다”고 말했다. ‘남들이 안 간 길’에 끌리는 기질도 둘의 교집합이다. 강홍석은 “우리 둘 다 ‘내가 새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 앞뒤 안 보고 덤비는 경향이 있다”며 “성공한 누군가를 따라 하기보다는 ‘내 길’을 가려는 사람들”이라고 거들었다. 헤르메스 역은 브로드웨이에서 70대 관록의 배우인 안드레 드 쉴즈가 소화해 완벽한 노래와 연기로 찬사를 받았던 배역이다. 둘은 저마다의 배역 연구를 통해 브로드웨이 버전에선 느낄 수 없었던 에너지 넘치는 또 다른 헤르메스를 만들어 냈다.


함께 하는 작품이 쌓이면서 상대를 향한 신뢰도 두터워졌다. “저는 분석을 많이 하는 편이고 홍석이는 본능이 먼저 나오는 쪽이죠. 더블로 출연할 땐 이런 차이가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주고, 그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최) “재림이는 어떤 작품을 하든 소리나 연기에 흔들림이 없이 중심이 잡혀 있어요. 게다가 영어까지 잘하죠. 제가 이 친구였다면 당장 해외에 진출했을걸요. 하하.”


최재림은 2009년 ‘렌트’로, 강홍석은 2011년 ‘스트릿 라이프’로 뮤지컬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10년 넘게 연기, 음악, 무대와 함께할 수 있었던 비결로 이들은 “내 결대로 살았다”고 입을 모았다.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쪽으로 도전했고, 그렇게 (경력이) 쌓이다 보니 나의 색깔이란 게 만들어졌다”는 최재림과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해도 틀린 게 아닌 다른 것이라면 그게 내 결이라 생각했다”는 강홍석. 두 사람이 선사하는 ‘같지만 다른 캐릭터’의 비밀은 여기서 출발한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헤르메스 역을 맡아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최재림(왼쪽)과 강홍석/사진=이호재기자

함께 흘린 땀방울 만큼이나 격 없는 우정이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첫 공연 날 시작하고 얼마 안 돼 눈물이 나더라고요.” 강홍석의 말을 최재림이 쏜살같이 받아친다. “땀이었겠지.” 유쾌한 두 남자가 만들어낸 헤르메스는 내년 2월 2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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