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 팽성읍에 위치한 강당산은 험프리스 미군기지 인근의 나지막한 3개의 구능숲으로 이뤄진 곳이다. 평택에 유일하게 남은 대규모 적송 군락지로, 일제 강점기의 지하벙커가 보존돼 있는 등 외국군 주둔과 함께 조성된 근대군사문화유산이다. 이곳은 오래도록 험프리 훈련장으로 사용되다가 미군이 공여지로 제공하면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개발을 맡은 평택시 도로공사가 적송 군락을 훼손할 수 있는 도로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 많은 사람들은 미군에서 반환돼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 땅을 녹지로 유지하면서 역사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경대학교의 김종우, 유아라, 조일묵씨는 이 공간을 소규모 공동체로서의 삶이 가능한 ‘공용줄기의 회복’이라는 방향으로 다시 태어나길 제안했다. ‘벌집’(honeycomb) 시스템을 적용해 육각형의 줄기 형태로 연결이 자유로운 구조로 다양한 연결을 만들어 관계형성과 활동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용도는 아파트지만, 개인의 공간들은 소셜믹스가 가능하도록 면적을 합치고 이를 통해 점유공간 면적을 확장하는 아이디어다. 개인 서비스 공간이라면 하기 어렵던 활동들이 이렇게 마련된 넓은 공간에서 다 함께 해나갈 수 있게 된다.
기본적으로 육각형 형태의 건물들이 연결되는 방식으로 전체 공간이 그려지고, 조합된 육각형 건물은 위로 ‘수직 확장’돼 매스(덩어리)를 이룬다. 확보한 면적은 다수의 공동체를 위해 녹지와 공용공간으로 제공된다. 이렇게 마련된 매스는 줄기로 연결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커뮤니티로 작용한다. 녹지와의 연계를 극대화하기 위해 매스 일부를 과감하게 비우는 방식으로 경관을 지키고, 정형화된 아파트의 모습을 탈피하는 구상도 담겼다. 이들은 “인구가 집중화돼 도시 속 개인공간이 부족해지면서 대규모 고층 고밀 공동주택들을 만드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수용했다”며 “하지만 개인공간이 수직적으로 확장된 지금의 공동주택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우리의 삶에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로 발현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