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냐 러시아냐" 에너지 위기로 딜레마 빠진 몰도바

러, 몰도바에 EU와 협력 끊는 조건으로 가스 공급 제안
친 EU 성향 몰도바 정부, 가스 위기로 고민

몰도바에 있는 가즈프롬의 자회사 ‘몰도바가즈’./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가스 부족으로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몰도바에 “유럽연합(EU)과의 협력 방침을 수정하면 가스를 공급해주겠다"며 사실상 협박에 나섰다. 러시아는 몰도바의 EU 가입을 막고 대신 유라시아경제연합에 가입하도록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은 장기 계약이 끝난 몰도바에 대해 가스 공급량을 3분의 1로 줄이고 가격을 2배 이상 올렸다. 다만 가즈프롬은 몰도바가 가스 시장 자유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EU와의 자유무역협정 합의를 수정한다면 가스 가격을 인하해 주겠다고 밝혔다. 몰도바가 가스 시장 자유화를 선언할 경우 몰도바에 가스망을 소유하고 운영하며 선적을 사고파는 가즈프롬에는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몰도바는 지난해 친(親) EU 성향의 마이야 산두 대통령이 취임하고 7월 총선에서도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유럽 쪽으로 편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러시아는 몰도바의 EU 편입을 막기 위해 가스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가즈프롬의 제안은 명확하며 정당하며 가격적인 관점에서 볼 때 몰도바 측에 매우 유리하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줄이며 자원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완전히 쓰레기 같은 말”이라고 일축했다.


몰도바는 올 겨울 가스 부족과 함께 높은 난방 및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대규모 소요사태를 우려하고 있어 러시아의 제안을 뿌리칠 수 없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