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 부지를 확정한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자율주행·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에 발맞춰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설비 증설과 초미세공정 기술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다음 달 미국을 찾는다. 매주 목요일 열리는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재판이 다음 달 18일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유로 하루 쉬면서 2주가량 시간이 생긴 만큼 이 시기에 떠날 가능성이 높다.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하는 제2 공장은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가장 유력하다.
미국 공장 부지 선정을 계기로 삼성의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 달성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D램 등 메모리반도체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은 파운드리에서 새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한승훈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전무는 이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인프라와 장비 등 전례 없는 투자를 진행해 오는 2026년 생산능력이 3배(2017년 대비) 가까이 늘 것”이라며 “설비 운영도 최적화해 파운드리 경쟁력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며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의 아이디어를 반도체 실물로 구현하는 파운드리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 3분기 파운드리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한 삼성전자는 4분기 추가 수주와 수율 개선 등에 힘입어 전기 대비 10% 이상 매출이 늘어 신기록을 다시 깰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역시 수요 강세가 계속되면서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세를 몰아 삼성전자는 △첨단 기술 확보 △설계 솔루션 강화 △충분한 생산능력 등을 3대 축으로 삼고 파운드리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우선 내년 상반기 세계 최초 3㎚(나노미터·10억분의 1m) 양산을 개시하고 2025년 2나노 생산을 시작해 기술을 선도할 계획이다. 현재 세계에서 10㎚ 이하 파운드리 공정을 확보한 회사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뿐이다. 수요처(팹리스)에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품 경쟁력을 높일 핵심 지적재산권(IP)도 대거 확보하기로 했다.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2공장 신설과 더불어 경기도 평택 공장 증설에도 속도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