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빈소에 정치권 발길 계속…반기문·김현철·김기춘 조문

이틀째에도 조문 행렬 이어져
반기문 “외교 지평 확대한 분”
김현철 “민주화 이행 초석 놔”
김기춘 “과도기 역할 훌륭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서울대병원 빈소에는 조문 이틀째인 28일에도 정치권의 추모가 계속됐다. 전날 여야 지도부와 대권 주자, 전현직 국회의장 등이 조문한 데 이어 이날도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빈소가 열리자마자 조문했다. 반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외교관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외교 지평을 대폭 확대한 분”이라며 “아무도 생각 못한 동구권과 북방외교를 하고 중국과도 수교함으로써 40개국 이상의 외교 관계를 임기 중 확충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북한 문제 등 모든 기틀이 노 전 대통령 시절에 이뤄졌고, 제 자신이 거기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긍지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가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는 빈소 방명록에 “정치 발전을 위해 지대한 공로가 있다고 평가한다”고 적었다. 김 이사는 “온건 군부세력 대표인 노 전 대통령과 온건 민주화세력인 김 전 대통령 두 분의 대타협이 없었다면 민주화 이행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민주화 이행의 초석을 놓은 것에 대해 대단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세우기’로 구속된 노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서는 “오늘은 문상을 왔으니…과거 군부의 ‘과’야 다 아실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도 방명록에 “노태우 전 대통령께서 중한 수교와 관계발전에 기여해주신 공헌이 길이길이 빛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조문 후 노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의 문제는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 대해 간섭할 생각은 없다”며 “중국과 수교를 하는 데 큰 결단을 하셨다는 걸 잊지 않겠다”고 답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빈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권위주의 정부에서 민주정부로 이양할 때 과도기적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수행하셨다”며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 등 남북관계, 소련·중국과의 외교수립, 88올림픽을 훌륭하게 했고, 지금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인천공항, 고속철도 등 아주 많은 업적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박철언 전 정무 제1장관은 노 전 대통령 별세일부터 이날까지 사흘째 병원을 지켰다. 박 전 장관은 노태우 정부 시절 ‘6공 황태자’로 불린 인물이다.


그는 “보통 사람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함께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5일장 내내 빈소를 찾을 것”이라며 “고인의 역사적 재평가를 앞두고 추모의 분위기가 계속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노태우 정부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윤여준 전 장관,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정재·이채익·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조문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방명록에 “노태우 대통령은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국제적인 냉전체제 붕괴에 기여하시고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을 성공시켜 한반도의 평화를 유엔을 통해 정착시켜 놓으신 위대한 국가지도자이시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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