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올 하반기 3,000 선에서 ‘게걸음’을 하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은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동학 개미’는 홀로 부진한 수익률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정 국면에서 외국인들은 시가총액 상위 주 매물을 줄기차게 쏟아냈고, 이를 받아낸 건 대부분 개인들이었다. 또한 공급망 병목, 인플레이션 등 대내외 악재가 본격화하며 예측하기 힘든 장세가 펼쳐지자 정보 접근성과 리스크 관리 노하우가 부족한 개인들의 약점이 더욱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하반기 들어 툭 하면 3,000 선이 무너지는 등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19거래일 중 12거래일 동안 장중 3,000 선이 무너졌다. 거래도 크게 위축됐다. 이달 코스피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2조 1,116억 원으로 월별 기준 올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29% 하락한 2,970.68을 기록하며 또다시 3,000 선 밑으로 추락했다. 거래 대금 역시 10조 원대를 간신히 넘어섰다. 코스닥지수도 0.78% 내린 992.33에 마감하며 또다시 ‘천스닥’이 붕괴됐다. 삼성전자(005930)도 1.27% 하락하면서 6만 9,800원으로 밀려났다.
지수 부진 속에서 투자 주체별 성적표는 극명하게 갈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하반기(7월~10월 28일)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수익률은 평균 -18.07%였다.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평균 수익률은 7.45%였고 기관투자가의 수익률도 6.93%로 높았다.
개인의 성적이 나빴던 것은 강세 장이 저물고 지수가 횡보하는 상황에서도 시총 상위 주에 투자하는 기존 전략을 고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많이 올랐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000660)·현대차(005380) 등에 돈이 몰렸다. 이들 종목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주가가 떨어졌다. 개인들은 특히 삼성전자에 ‘몰빵’했다.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다른 상위 2~10위 종목 순매수액을 다 합한 것보다 많았다. 철강·건설 등 경기 민감 주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은 것도 부진한 수익률에 한몫했다.
올해 개인들이 사들인 종목의 공통점은 대부분 외국인들이 팔아치운 주식이라는 점이다. 거꾸로 개미가 팔았던 종목들은 외국인의 매수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삼성SDI(006400)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SK바이오사이언스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 종목들은 각각 하반기 들어 6.88%, 5.35%, 54.89% 올랐다. 개미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 현상이 어김없이 재연된 것이다.
외국인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에 맞춰 경기 민감 주에 해당하는 포스코를 샀고, 금리 상승에 발맞춰 우리금융지주와 같은 금융주도 담았다.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기관은 신규 상장한 크래프톤·현대중공업 등 새내기 주를 담는 한편 한화투자증권·고려아연(010130)·하이브(352820) 등으로 수익을 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개인의 투자 성과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으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꼽는다. 이름값이 있는 대형 주들에 무턱대고 투자할 것이 아니라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개인은 외국인과 기관의 고급 정보 접근성이나 같은 정보에 대한 분석력에 있어서도 뒤처지기 쉽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같이 장세를 읽기 어렵고 변동성이 심할 때는 섣불리 ‘줍줍(저가 매수)’를 노리기보다는 외국인의 움직임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관심은 4분기 위드 코로나 관련 주로 향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같은 위드 코로나 관련 주라도 업종 및 대내외 환경에 따라 업체별 실적 개선이 차별화될 수 있어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관련 주의 주가가 선반영됐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이익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리오프닝 종목들의 4분기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다”며 “의류·호텔·면세점·항공·엔터 등 눈앞으로 다가온 리오프닝을 다시 주목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