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불쑥 꺼내자 정치권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돈 풀기’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후보의 말 대로라면 30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데 재원 마련 방법과 재정 건전성 훼손 우려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귀를 닫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이후 악화된 재정 건전성을 정상화하기 위해 긴축재정에 돌입한 선진국들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쏟아지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29일 오전과 오후에 연이어 재난지원금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대폭 늘려서 추가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 데 이어 오후에 기자들과 만나 “상당액을 드려야 한다”며 1인당 100만 원 지급을 목표치로 제안했다. 이 후보가 언급한 1인당 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기존 지급된 25만 원에 추가로 1인당 75만 원을 지급해야 가능하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추가 지원에 나설 경우 최소 30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편성된 6차례의 추경 중 가장 큰 규모였던 35조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재원 마련의 현실성을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이 후보 측은 재원은 2021년 초과 세수분을 적극 활용하되 부족한 부분은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예산 확보가 생각만큼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측 관계자는 “현재 제출된 2022년 예산안은 위드 코로나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위드 코로나 전면 시행을 근거로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는 등 세입 조정이 이뤄지면 예산 확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다”며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이슈를 털어내기 위해 정책을 쏟아내는데 야당 입장에서는 허를 찔렸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후보의 구상은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출을 줄이는 선진국의 최근 추세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35개 선진국 중 34개국이 확장 재정 기조였지만 올해는 21개국이 긴축재정 기조로 돌아섰다. 확장 재정을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은 지난 2019년에 비해 2022년 정부 지출(중앙+지방) 규모가 1.15배 늘어나 미국(1.10배), 독일(1.07배), 프랑스(1.01배)를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재난지원금 지급이 내년 초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이르면 내년 1~2월에는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3월 대선을 앞두고 야당도 무작정 반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전면 시행을 근거로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는 등 세입 조정을 다시 해 예산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야당 입장에서도 과거처럼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재난지원금 지급을 반대하거나 대선 이후로 연기하자고 주장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