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다음 달 휘발유 ℓ당 164원↓, 언제 기름 ‘가득’ 넣을까요

정부, 오는 11월 12일부터 유류세 20% 인하
유통과정 등 고려하면 체감은 11월말은 돼야
휘발유값 급격히 뛰면서 정책 효과 희석 우려도
국제유가, 공급 부족·수요 증가 속 불안한 상황


유류세가 다음 달 12일부터 20% 인하됩니다. 역대 최대 폭입니다. 정부가 10월 셋째 주 전국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모의 계산한 결과 휘발유와 경유의 경우 ℓ당 164원, 116원의 인하 효과가 LPG는 ℓ당 40원 정도 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에 따라 하루 40㎞를 연비 10㎞/ℓ, 휘발유 차량으로 운행할 시 월 2만 원 가량 절감되리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면 다음 달 12일부터 바로 기름을 ‘가득’ 채우면 되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유류세 인하 혜택을 실질적으로 보려면 11월 말은 돼야 합니다. 유류세 인하가 공장에서 출하될 때 적용되므로 공장에서 일선 주유소까지 가는 유통 과정, 그리고 기존에 쌓여 있는 재고 처리 기간까지 고려하면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추가로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26일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연합뉴스

인하 폭도 정부가 계산한 바와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일선 주유소에서 내린 유류세만큼 기름 가격을 내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유류세 인하를 단행한 2008년, 2018년에도 재고 물량 등을 이유로 일선 주유소 대부분이 유류세 인하분만큼 가격을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 실효성 제고 방안’을 마련, 즉각적인 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석유류를 시중주유소에 즉시 공급되도록 하고 민관합동 모니터링체계 또한 가동한다는 방침입니다.


여기에 ‘기름값’ 자체도 문제입니다. 현재 기름값이 계속 오르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를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774원 44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9일(1,645원 12전)과 비교하면 벌써 ℓ당 129원 3전이 올랐습니다. 이 같은 오름폭이 다음 달에도 적용된다면 유류세가 내리더라도 혜택이 희석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AP연합뉴스

석유류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 또한 최근 상승세도 심상치 않습니다. 10월 넷째 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3.4달러로 전주(83.0달러) 대비 0.4달러 상승했습니다. 석유수요 증가 속 공급 부족 전망, 리비아 정세 불안 지속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기록 중이라는 것이 한국석유공사의 분석입니다.


실제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연말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석유 증산에 소극적인 상황으로 당분간 공급은 제한적일 전망입니다. 이에 반해 각국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정책으로 주춤했던 경제가 다시 움직이면서 에너지 수요는 증가세입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늘어나는 난방 수요도 걱정입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루이스 딕슨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 위기로 이번 주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원유가 특히 아시아에서 난방 및 전력 대체품이 되면서 유가가 단기에 배럴당 100달러대로 오를 가능성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유류세가 내려가면서 뛰는 물가가 조금은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유류세 인하분이 석유류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월별 약 0.33%포인트의 물가인하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및 전기 요금 인상 등으로 이번달 물가 상승률은 3%대를 기록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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