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은 어쩌다 한우데이가 됐을까 [이혜진의 C마트]



유통업체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온갖 종류의 “OO데이”를 만들어 내왔다. 가장 유명한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11월 11일 빼빼로데이를 비롯, 1월 19일 찜질방데이(119 불자동차 연상), 3월 3일 삽겹살 데이, 3월 7일 참치데이, 4월14일 자장면데이, 5월 2일 오이데이, 6월2일 유기농데이, 6월6일 고기데이(육육데이), 7월 11일 세븐일레븐데이, 8월8일 라면데이, 10월 14일 와인데이 등등…


11월 1일 한우먹는날 ‘한우데이’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올해로 14년을 맞는 '한우 데이'를 맞아 여러 유통업체들이 판촉 행사를 펼치고 있다. 반값 한우 등 대대적인 판촉 행사부터 쿠킹 클래스, 강연 등을 통해 한우 데이 마케팅이 한창이다.


어쩌다 11월 1일이 한우 데이가 됐을까…"미국산 수입 소고기 개방이 계기"

소비자들은 업체들의 밑도 끝도 없는 '00데이' 선포에 염증을 느끼고 있지만, '한우 데이'는 나름의 기원이 있는 행사다.


한우의 날 선포는 2007년 한미 FTA 협상에 따라 미국산 수입 소고기의 개방이 본격화된 것이 계기가 됐다. 전국한우협회는 2000년대 초 미국산 소고기 등 수입이 자율화되면서 위기감을 느껴, 원산지표시제 도입을 밀어 붙였다. 가격 측면에서 수입 소고기와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한우 농가는 설 땅을 잃어 생계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2008년 소고기 시장 개방 본격화와 함께 한우의 음식점 원산지표시제가 시행되면서 이를 기념해 전국한우협회는 2008년 11월 1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제1 회 한우의날 행사를 열고 ‘11월 1일 한우의날’을 공식 선포했다.


11월 1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전국한우협회는 “한우가 최고, 제일, 으뜸 이라는 뜻을 담아 1이 세 번 겹쳐지는 날이라는 점, 또한 소의 한자어 인 우(牛)에 사용된 3획의 한 일(一)을 사용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첫 행사는 서울뿐만 아니라 경남(부산), 경북(대구), 충청(대전), 전남(광주), 강원(원주), 전북(전주), 충북(청주), 제주 등 전국 8개도에서 농협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당시 제 1회 한우의날의 ‘대한민국이 한우먹는날’행사에서는 한우농가들의 자발적 기금인 한우자조금으로 한우고기 6,500kg, 약 30만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을 무료시식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14년간 이어진 한우데이…마케팅 성공 사례될까


마켓컬리의 한우데이 할인 행사


처음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4년간 이어진 한우데이에 갈수록 많은 유통업체들이 참여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통업체들의 가세가 인지도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 방역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판매 행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형마트, 온라인 장보기 앱에서는 ‘한우 먹는 날’을 내걸고 판촉 행사를 벌이고 있다. 네이버라이브커머스 판매와 육중완밴드의 한우농장 버스킹 공연, 개그맨 박명수의 사랑과 행복을 전하는 우(牛)체부, 김창옥 교수의 한우바로알기 강의, 한우문화공모전 등 다채로운 온라인 행사들이 펼쳐진다. 대한민국이 한우먹는날의 연장선상으로 11월 8일부터 한 달 간은 온라인으로 한우 쿠킹클래스도 진행된다. 랜선 한우쿠킹클래스는 사전 참여신청을 받아 선정인들에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간편 한우요리 주제 레시피와 밀키트를 제공하며 오셰득 셰프와 소띠 연예인, 셀럽, 외국인팀 등이 함께 참여할 계획이다.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한우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이다”며 “한우농가들의 땀방울이 모인 자조금을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한우를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우데이 마케팅은 실제로 매출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마켓컬리가 11월 1일 한우의 날을 맞아 올해 한우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 등급의 프리미엄 한우 판매량이 작년 대비 152% 늘어나며 큰 인기를 얻었다고 1일 밝혔다. 1+ 등급, 1등급 한우도 각각 51%, 40%의 판매 증가를 기록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서도 한우데이를 맞아 반값 한우 등의 할인 행사를 펼치고 있는데 판매 첫날 물량이 조기 소진되기도 했다.



※‘이혜진 기자의 C마트'는 유통(Commerce)와 소비자(Consumer) 관련 이슈들을 쉽게 풀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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