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돋보기] 행시 수석·차석 빨아들이는 공정위, 비결은?

유연한 문화·업무 전문성 강점
1순위였던 기재부 제치고 급부상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올해 국가직 5급 공채(행정고시 64회) 재경직과 법무행정직 수석이 모두 첫 부처로 공정거래위원회를 택했다. 지난해와 올 초에도 ‘행시의 꽃’인 재경직 수석·차석이 공정위 근무를 희망하는 등 인재가 잇따라 몰리면서 공정위의 업무 전문성이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행시 64회 재경직 수석인 김영찬 사무관과 법무행정직 수석인 최유경 사무관 등 7명의 수습 사무관이 이날부터 공정위에서 실무 수습을 시작했다. 관례대로라면 지난해 치러진 행시 64회 합격자들은 내년 초 각 부처에 발령돼야 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상황 탓에 지방 파견 일정이 단축됐다. 이들은 약 일주일간 내부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각 부서에 배치된다.


행시 합격자 사이에서 공정위의 인기는 2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행시 61회 재경직 수석 합격자 김혜린 사무관과 차석 합격자 이창형 사무관을 비롯해 재경직 ‘톱10’ 중 4명이 공정위를 선택해 화제가 됐다. 행시 63회 재경직 차석 또한 올 초부터 공정위에서 근무하고 있다.


행시 재경직 수석·차석들의 공정위행이 이례적인 것은 통상 재경직 합격자들이 기획재정부 근무를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데다 예산·세제 등 막강한 업무 권한을 갖고 있지만 최근 과도한 업무량과 추락한 위상 등으로 인기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번에 기재부는 미달 없이 25명의 수습 사무관을 받았다.


타 부처에 비해 업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최대 강점이다. 공정위에서는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처리하는 만큼 퇴직 후 재취업을 하기에도 유리하다. 최근 재계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이 부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SG는 공정위에서 담당하는 준법 경영(컴플라이언스)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다. 이와 유사한 이유로 국세청도 인기 부처로 꼽힌다. 올해 초 배치된 재경직 수석은 국세청을 택했다.


공정위의 인기 요인으로 ‘유연한 조직 문화’도 거론된다. 각 직원이 사건을 배정받아 처리하는 공정위의 업무 특성상 개인의 성향과 판단을 존중하는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최근 젊은 사무관들은 수직적이고 ‘군대 문화’로 소문난 부처 대신 자기 의견을 업무에 반영할 수 있는 부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의 불공정 거래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하고 피심인·신고인과 대면하는 등 역동적인 업무도 젊은 사무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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