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반성의 계절


“지금 시대가 원하는 건 ‘뉴 페이스(new face)’예요. 세상이 급변하는 만큼 민주당에도 새 사람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이 최근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새 사람이 필요하다는 민주당의 인식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경선 당선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경선에서 이 후보는 누적 득표율 50.29%로, 39.14%를 얻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후보 자리에 올랐다. 이 전 대표가 ‘정통 민주당’ 주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주류인 이 후보로서는 큰 승리다. 문재인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현저히 뒤질 만큼 존재감이 작았던 19대 대선 경선을 돌이켜봐도 그렇다. 정권 재창출이 최대 과제인 민주당이 이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은 ‘우리도 변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보여준다.


비주류 인사를 후보로 앉히는 게 전부가 아니다. 시대 흐름의 최전선에 선 청년의 마음을 잡는 게 변화의 핵심이다. 원래 민주당은 청년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아왔다. 변화를 원하는 청년의 니즈와 민주당의 ‘진보 DNA’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이 같은 합(合)은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 두드러졌다. 2017년 5월 셋째 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20대의 민주당 지지도는 61.4%, 30대는 59.2%에 달했다. 같은 조사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20대 지지도 6.5%, 30대 지지도 5.2%를 찍었다.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였다.


하지만 현 상황은 정반대다. 리얼미터가 전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민주당 지지도는 19.7%에 불과했다. 45.6%의 지지를 얻은 국민의힘에 무려 25% 이상 격차로 뒤처졌다. 30대도 민주당(34.9%)보다는 국민의힘(38.9%)의 손을 들어줬다. ‘진보’라는 구호만으로 청년을 붙잡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진보의 사전적 의미는 변화에 대한 추구다. 변화를 이끄는 청년들이 진보 정당에 기대하는 건 구태와 악습의 타파, 기득권의 해체다. 그런 청년들이 왜 민주당에 등을 돌렸을까. 조국 사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오히려 구태, 악습, 기득권을 떠올리게 하지는 않았나. 당과 후보가 잊을 만하면 내놓는 청년 정책에 진정성은 있었나. ‘보수 정당의 이념에는 공감이 안 되지만 민주당은 더 싫다’는 일부 청년의 말을 아프게 새겨야 한다. 대선의 계절이다.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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