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로 서울 시내 집회·시위 제한이 전면 해제된 가운데, 서울 종로구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매주 진행되던 ‘수요시위’를 두고 고성이 오가는 등 충돌이 발생했다.
3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매주 수요시위를 열던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부근에서 집회를 진행하려 했지만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집회 장소를 선점하며 자리를 뺏겼다. 이에 정의연은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수요집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충돌은 아침부터 발생했다. 친일세력 청산을 주장하는 반일행동 측 10여명은 아침부터 ‘일본군성노예문제 완전해결’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소녀상과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에 자유연대는 확성기로 “남의 집회 장소를 왜 차지하고 있냐”며 “집회를 방해하는 반일행동 개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외쳤다.
자유연대가 사전 집회신고를 한 구역에는 유튜버들과 관계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의연이 정오부터 제 1,516차 수요시위를 시작하자 소란은 더욱 커졌다. 자유연대와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측은 스피커로 노래를 크게 틀고 욕설과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 남성은 일장기과 태극기를 동시에 든 채 ‘정의연 해체’,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다가 경찰에 제지되기도 했다. 이런 소란 속에 1년 4개월여 만에 진행된 수요시위에는 70여명이 참여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극악한 구호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언어들로 피해자들의 멍든 가슴을 다시 후벼 파고 있는 현장을 보라”며 “이곳 평화로를 전쟁 아닌 전쟁터로 만들고 있는 저들이 바로 수요시위의 정신이 살아있어야만 하는 근거”라고 말했다.
자유연대는 정의연 후원금 논란이 불거진 이후 지난해 5월 말부터 종로경찰서 집회 신고 접수처에서 불침번까지 서며 수요시위 장소를 선점해왔다. 앞으로도 자유연대가 장소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유연대와 정의연·반일행동 측의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