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금기 풀린 日, 식문화에 무슨일이[책꽂이]

■식도락-여름
무라이 겐사이 지음,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고독한 미식가’나 ‘심야식당’ 같은 미식 콘텐츠는 일본의 만화가 원작이다. 다양한 요리를 알아가는 맛에 버무려진 사람 사는 이야기가 국경을 넘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왔다. 이들 작품의 시초가 된 글이 있으니 바로 1903년 일본 ‘호치 신문’에 연재된 무라이 겐사이(1864~1927)의 소설 ‘식도락’이다.


“유부를 두 장 잘라 가늘게 썰어 데쳐 놓고 가쓰오부시 육수와 간장, 설탕 넣은 물에 푹 끓인 뒤 유부만 건져 내요. 남은 육수에 전분을 넣어 걸쭉해지면 달걀을 넣어 잘 휘저어 풀어준 뒤, 그 국물을 아까의 유부 위에 뿌려서 내요. 유부만으로도 꽤 고급스러운 요리가 되지요.”(237페이지 ‘달걀 요리’ 중) 100년도 전에 쓰여진 이 맛깔나는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네 편으로 구성됐는데, 작년에 출간된 봄 편에 이어 이번에는 여름 편이 국내 최초로 출간되었다. 소설이 연재된 시기는 일본의 근대·개화기인 메이지 시대와 맞물린다. 이 시기 일본에서는 서양은 물론 조선과 중국 등 세계 문물에 대한 호기심이 넘쳐 났고, 1,000년 이상 이어진 육식 금기가 해제되면서 식문화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대중에게 올바른 식생활을 전하기 위해 집필된 이 책은 단순한 설명글로는 대중성을 얻기 힘들다는 판단에 소설의 형식을 빌렸다. 당차고 요리 솜씨 뛰어난 여성 오토와와 순박한 시골뜨기 먹보 청년 오하라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600종 넘는 세계 각국의 요리를 소개한다. 음식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음식 재료와 관련한 농업과 공업 기술의 문제, 위생 관리, 주거 구조 등을 두루 다루며 폭넓은 정보를 담았다. 2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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