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공동언론발표에서 원전 협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앞서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이 한·헝가리 정상회담과 관련 “원전 없이는 탄소 중립이 불가하다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의향”이라는 결과를 발표하며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는데 다시 ‘탈원전 철학’과 어긋나는 발언이 나왔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외치지만 해외에선 ‘원전 세일즈’에 방점을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이날 ‘한국-비세그라드 그룹(V4·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 등 중유럽 4개국 협의체) 정상회의’를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서 진행되는 신규원전 사업과 관련해 “한국이 입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훌륭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또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원전 건설을 성공한 만큼, 우리와도 진지한 논의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국과 체코가 원전, 방산 같은 협력 분야 확대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총리의 지속적인 관심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동유럽 국가 정상과 만남에서 원전 협력을 밝히면서 국내에서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정부는 국내에선 원전 사업을 사장시키고 우수 인재는 전부 해외로 유출하며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다”며 “바다만 입장이 건너면 달라진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해외 원전시장 진출에 대해선 ‘윈윈’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개발한 원전 기술이나 노하우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며 “국내 원전 산업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서로 윈윈하는 협력 방안을 찾으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헝가리 대통령의 원전 필요성 발언에 대해서도 양국의 방점이 다소 달랐다고 설명하고 있다. 양국 정상이 ‘에너지 믹스’ 정책과 관련 의견을 교환했는데 문 대통령은 전체적으로 원전의 비중을 줄이는 취지로 말했고 헝가리 대통령은 원전의 역할에 대해 방점을 뒀다는 것이 청와대 설명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의 탈원전 정책은 2080년까지 아주 장기적으로 원전 비율을 줄이고 대신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 비율을 높여 탄 소중립을 이룬다는 것”이라며 “기조가 흔들리는 내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슬로바키아·폴란드·체코 정상과 각각 정상회담을 끝으로 이날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