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산책로의 '초소책방'. 책과 커피와 멋진 인왕산+서촌 뷰로 유명한 핫플레이스예요. 지난 주말 이 곳에서 에디터는 옷을 건져왔어요. 옷을 바꿔 입고 나눠 입는 '21% 파티'가 이 곳에서 열렸거든요.
21% 파티의 규칙은 간단해요. 안 입는 옷을 가져오고(5벌까지), 가져온 옷 개수만큼 교환권을 받고, 옷마다 사연을 간단히 적어서 옷걸이에 걸고, 내가 원하는 옷을 가져가면 끝. 옷을 챙겨오지 않았다면 소정의 기부금을 내고 옷을 데려갈 수 있어요.
에디터는 우아한 가을 가디건, 긴 데님 셔츠, 캐주얼한 붉은 가디건 세 벌을 가져갔어요. 모두 한두번 입고 모셔둔 옷들. 우아한 가디건은 저의 라이프스타일과 왠지 어울리지 않아서, 데님 셔츠는 어떻게 코디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붉은 가디건은 다른 가디건들에게 밀려서 저의 21%에 끼어 있었어요. 우아한 가디건은 제가 내놓자마자 "완전 새 옷이고 예쁘다"며 한 분이 챙겨가셨어요. 순식간이라 어리둥절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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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후에는 붉은 가디건도 새 주인을 찾았어요. 인왕산 하산길에 우연히 21% 파티를 구경하러 오신 분이었어요. 제 붉은 가디건을 걸치고 지인 분들과 이리저리 품평을 하시길래(사진) 저도 그만 끼어들어서 붉은 가디건의 사연(?)을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주인이 누군지 알게 돼서 더 좋으시다면서 기부금을 내고 옷을 데려가셨어요. 제가 안 입는 옷이 새 주인을 찾은 것뿐인데 어마어마하게 뿌듯했어요.
이날 21% 파티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궁금하신 분은 홈페이지 클릭)'의 관계자 분들이 뜻을 모아 열었어요. 이번 21% 파티의 컨셉은 '엄마랑 딸'. 21% 파티에 함께 참가하는 모녀들을 위한 즉석사진촬영, 제로웨이스트 키트 등의 특전이 준비돼 있었구요. 에디터가 한 시간 정도 머물면서 봤더니 과연 사이 좋게 노는 옷들을 챙겨 와서 '새 중고옷'으로 바꿔 가시는 모녀들이 심심찮게 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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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장에는 마침 다시입다연구소 관계자분들도 와 계셨어요. 정주연 대표님은 "의류 산업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곳이 별로 없어서" 연구소를 세우게 되셨다고. 그동안 알맹상점, 환경연합, 모레상점 등등과의 정말 뜨거운 21% 파티가 이어졌는데, 다음 파티는 11월 27일 서울 압구정 가로수길 올버즈 매장에서 열릴 계획(놓치기 싫으시다면! 다시입다연구소 인스타 팔로우하기)이라고 알려주셨어요. 올버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하고 직접 광고 모델까지 맡은 친환경 신발 브랜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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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명 규모의 외국계 IT 기업에서도 직원들을 위한 뜻깊은 이벤트로 사내 21% 파티를 준비 중이라고. 누구든 열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21% 파티가 전국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열리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날 3시간 동안 반짝 열린 21% 파티에는 121명이 158벌의 옷으로 참가했고, 이 중 100벌이 새 주인을 만났어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숫자예요. 이런 조그만 노력이 모여서 낭비로 가득한 의류 산업을 바꿀 수 있을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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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옷은 1,500억벌. 20년 전보다 400%나 늘어난 양이에요. 그런데 이 중에서 73%나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소각·매립된대요. 덕분에 의류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심한 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로 지목되고요.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중 의류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0%. 옷 한 벌을 입는 횟수는 평균 7번 밖에 안 된다니...덜 사고 바꿔 입고 오래 입는 문화가 정말 시급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