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 사업 접자’…카카오 때리기 결과는[친절한IB씨]

헤어샵 등 일부 사업 중단 알뜰폰 등 사업 축소
모빌리티 등 대형 사업은 상생안 추진
수익성 낮은 사업 재편 기회라는 분석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의혹 다음으로 최대 이슈는 카카오의 재벌식 확장 논란 이었죠. 혁신 기업 인 줄 알았던 카카오가 실제로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골목 상권을 침해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게 아니라 기존 시장을 잠식했다는 것이죠. 보통 이런 이슈가 나오면 보수 성향이나 경제 전문 언론은 산업계의 반론을 비중 있게 싣는데요. 이번에는 이런 언론조차 ‘카카오가 좀 심하기는 했다’는 분위기 입니다. 이런 대형 플랫폼 때리기는 미국·중국 등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에 대해 한 번은 되돌아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카카오는 자신들의 사업을 크게 셋으로 나눕니다. 카카오톡처럼 핵심 사업은 직접 하고,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성장 과정에서 돈이 많이 드는 카카오 모빌리티 같은 사업은 외부 투자를 받습니다. 나머지 부대 사업 중 기대와 달리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은 매각한다는 것입니다.


요즘의 분위기를 반영한 탓인지 카카오를 둘러싼 소문은 인수나 투자유치가 아니라 매각과 투자 철회가 많습니다.


카카오는 스테이지파이브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는데요. 복수의 벤처 투자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알뜰폰 사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 유치를 논의 하다가 사실상 중단했다고 합니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지난해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카카오페이 인증서로 이동통신에 가입할 수 잇는 비대면 통신 가입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다만 스테이지파이브는 공식적으로 투자 유치를 추진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 알뜰폰은 아이들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 사업에서 출발했습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은 카카오의 캐릭터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카카오의 미용실 예약과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헤어샵도 카카오에서 최근 사업 철수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카카오헤어샵은 최근 480억 원 투자를 받은 상황이라, 투자자들의 반대가 거세지만, 결국 카카오가 일정한 보상을 거쳐 투자자를 설득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많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와 대리운전 업계와 갈등하며 이번 논란의 핵심이 된 카카오의 계열사인데요. 구글·LG 등 국내외 대기업, 칼라일·TPG 등 글로벌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받은 상태입니다. 카카오 내부적으로는 외부 투자자에 대한 불만도 느껴집니다. 외부 투자자 때문에 무리하게 수익성을 내려는 시도를 하다 이 사달이 났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투자자들은 이사회에서 카카오에 비해 수적으로 적거나 없었기 때문에 의사 결정에 영향이 크지 않다고 반박합니다. 오히려 카카오 모빌리티가 여론 관리에 소홀해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합니다. 아무튼 카카오 모빌리티는 투자 받은 규모가 큰 데다 그 동안 투자의 결과로 모빌리티 플랫폼의 1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사업 철수나 매각을 하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많습니다.





실제 카카오 모빌리티는 지난 6일 상생협력자문위원회를 최고경영자 직속으로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송석준 국민의 힘 의원실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맹택시 콜(승객 호출)몰아주기 비판을 받은 택시 배차 알고리즘을 택시 4개 단체에 설명한다고 합니다. 가맹점과 데이터 수집 및 가맹차량 마케팅 활용 계약 3개월 갱신제도 삭제합니다. 강제배차 서비스인 카카오T블루는 취소 수수료 중 40%를 기사에게 제공합니다. 그 밖에 전화콜 업체와 상생안도 마련한다고 하네요.


반면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후보들도 있습니다. 어린이집을 보내는 학부모라면 익숙한 키즈노트는 카카오 계열사입니다. 어린이집에서 가정으로 손쉽게 사진과 가정통신문 등을 보내는 애플리케이션인데요. 쉽게 성장하거나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이후에는 이런 플랫폼을 활성화할 각종 정보를 학교, 즉 교육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죠. 완전한 민간 영역에 두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어린이집에 보낼 때는 키즈노트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이알리미·하이톡 등 다른 스타트업이 만든 플랫폼을 사용합니다. 결정권은 학교에 있죠.


카카오VX도 대상에 오르내립니다. 골프장 예약 서비스와 스크린 골프, 오프라인 골프장을 아우르며 사업의 꿈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업계 1위인 골프존이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골프장 예약 서비스 분야에서는 카카오 VX가 앞서지만 오프라인 골프장에서는 아직 뒤진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카카오VX에서 오프라인 골프장 인수에 나섰다고 합니다. 오프라인 골프장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반영한 결과겠죠.

겉으로 일방적인 때리기에 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카카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마냥 카카오에 불리한 게 아니라 오히려 카카오가 성장을 위한 가지치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네이버는 일찌감치 이런 규제 분위기 속에서 인터넷 은행 등 일부 업종은 아예 손 대지 않고 신 사업은 해외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요. 카카오의 앞으로 행보는 어떻게 될지 여론은 다시 돌아서게 될 지 궁금해집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