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겪은 김비오, 2년 만에 트로피 '번쩍'

KPGA 'LG시그니처 챔피언십' 최종
발군의 퍼트로 6타차 역전 우승
'손가락 욕설' 후 통산 6승 달성
"더 성숙하고 훌륭한 선수될 것"
준우승 김주형, 12년만에 3관왕
최연소 대상·상금왕에 최소타수

김비오기 LG시그니처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 홀 그린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 제공=KPGA

기자회견 중 활짝 웃는 김주형. /사진 제공=KPGA

우승을 확정 지은 김비오(31·호반건설)는 큰 동작이지만 소리는 없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카메라 기자의 환호 요청을 받은 그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이를 정중히 고사했다.


2년 전 ‘실수’에 대한 자숙의 표현이었다. 김비오는 2019년 우승한 대회에서 ‘손가락 욕설’로 물의를 빚었다. 당시 최종라운드 16번 홀에서 티샷 때 카메라 셔터음이 울리자 갤러리를 향해 중지를 들어보인 뒤 드라이버를 내리쳤고, 이 장면은 그대로 TV로 생중계됐다. 갤러리의 잘잘못을 떠나 감정을 누르지 못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로부터 자격정지 3년과 벌금 1,0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가 1년으로 감경 받아 지난해 8월 투어에 복귀했지만 마음의 짐은 쉽게 벗지 못했다.




시련을 겪은 김비오가 KPGA 투어 2021시즌 최종전에서 2년 만에 다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비오는 7일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CC(파72)에서 열린 LG시그니처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 4라운드에서 9타를 줄여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을 하고도 웃지 못했던 2019년 9월 대구경북 오픈 이후 거둔 통산 6승째다. 그는 경기 후 “그동안 제 어리석었던 행동에 대해 많이 자책했다”고 몸을 낮춘 뒤 “앞으로 프로로서나 인간으로서나 더 성숙하고 훌륭한 선수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버디 10개(보기 1개)가 말해주듯 이날 김비오의 경기는 완벽했다. 선두 김주형(19·CJ대한통운)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2~5번 홀 4연속 버디를 엮으며 일찌감치 단독 선두로 치고 나왔다. 7번과 11번 홀 버디로 2위 김주형에 3타의 리드를 잡은 김비오는 그린을 놓친 13번 홀(파3)에서 유일한 보기를 써냈으나, 15번부터 마지막 네 홀에서 다시 한 번 4연속 버디쇼를 펼쳐 6타 차의 여유 있는 우승을 완성했다. 거리와 상관없이 홀을 찾아 들어간 퍼트가 역전의 원동력이었다. 마지막 홀 중거리 버디 퍼트 덕에 코스레코드(9언더파 63타) 상금 1,000만 원까지 챙겼다. 우승 상금 2억 4,000만 원을 받은 김비오는 상금 6위(4억 7,869만 원)로 시즌을 마쳤다.


김주형은 2타를 줄인데 그쳐 준우승했지만 KPGA 투어 사상 최초로 10대 나이에 주요 부문 3관왕을 휩쓸며 2021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상금왕(7억 5,493만 원)과 대상(5,540점) 석권만도 10대 선수 처음인데, 평균 타수 1위(69.16타)까지 차지해 2009년 배상문(35) 이후 12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도 달성했다. 2002년생 김주형은 지난해 군산CC 오픈에서 KPGA 투어 프로 자격 최연소 우승(만 18세 21일) 기록을 세운데 이어 최연소 상금왕과 대상 기록도 보유하게 됐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제네시스 차량 1대와 1억 원의 별도 보너스, KPGA 투어 5년 출전 자격을 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부 투어 Q스쿨 출전 때문에 국내 3개 대회를 거르고 이번 대회로 출전한 김주형은 “1타 차이로 통과하지 못해 돌아왔는데 상금과 대상을 석권해 기쁘다”면서 “다음 시즌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지만 준비를 잘해서 미국 도전을 빨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회 전까지 대상 포인트 1위에 올랐던 박상현(38)은 11언더파 공동 8위로 마쳤다. 1타를 더 줄였다면 생애 처음으로 대상 수상을 이룰 수 있었지만 단 5.54점이 부족했다. 신인왕을 확정한 김동은은 12언더파 단독 7위로 데뷔 시즌 최종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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