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377300) 상장에 힘입어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한 카카오(035720)그룹이 ‘밸류에이션 벽’에 부딪혔다. 여야 대권 주자가 결정되면서 정치권의 빅테크 규제도 대선 기간에 다시 이슈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카카오는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2.71% 하락한 12만 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323410) 등 금융 계열사의 주가 하락은 더 컸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는 이날 각각 9.71%, 2.72% 급락한 15만 3,500원, 5만 5,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지난 3일 카카오페이 상장 후 두 기업의 주가는 각각 20.47%, 13.26% 떨어졌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각각 5조 1,495억 원, 1조 8,530억 원 증발해 20조 114억 원, 26조 3,680억 원이 됐다. 카카오페이가 상장하면서 116조 원을 넘어섰던 카카오그룹 상장사(카카오·넵튠(217270)·카카오게임즈(293490)·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의 합산 시총도 이날 주가 급락으로 110조 5,250억 원으로 줄었다.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이다. 증권가에선 카카오뱅크와 함께 카카오페이가 “고평가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날 종가 기준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은 종합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22조 9,941억 원)와 맞먹는다.
국민 플랫폼으로 수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KB금융 등 국내 대표 금융지주들과 비교해볼 때 시총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증권사들은 카카오페이의 목표 주가를 현 주가보다 낮은 11만 원대로 잡고 있다. 높은 밸류에이션과 더불어 최근 은행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금융주들이 타격을 받은 악재까지 겹쳐 낙폭이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채금리뿐 아니라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금융주가 약세를 보였다”며 “카카오뱅크는 그동안 너무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고 카카오페이 상장으로 수급이 분산된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카카오그룹의 맏형인 카카오의 부진은 카카오 금융 계열사의 영향보다는 정치적 상황과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 탓으로 추정된다. 카카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분기 기준 처음으로 네이버(1조 7,273억 원)보다 앞섰지만 영업이익은 1,682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인 2,200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 여야가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민심을 잡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빅테크 규제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카카오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 증권연구원은 “내년 대선까지는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이 규제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반영된 것 같다”며 “카카오는 단기 실적으로 인한 주가 상승보다 카카오엔터가 기업공개(IPO)를 가시화할 때 주가가 강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