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 인물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잇따라 관람객 앞으로 찾아와 눈길을 끈다. 그 대상은 프로야구 선수, 연예인부터 우리 주변에서 오랜 기간 함께했던 노점상까지 다양하다. 이들 작품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늘어난 영화관의 상영시간표를 채우고 있는 ‘이터널스’ ‘듄’ ‘베놈2’ 등 해외 블록버스터의 틈새를 공략한다. 또한 연말 을 앞두고도 굵직한 한국 영화 개봉 예정 소식이 들리지 않는 극장가의 빈틈도 노린다.
영화 ‘1984 최동원’은 한국 야구 역사에서 에이스 계보를 잇는 투수로 꼽히는 고(故) 최동원의 10주기를 맞아 그의삶을 다각도로 조명한 작품이다. 특히 최동원이 전설의 반열에 오르는 계기가 됐던 1984년 한국시리즈 기간 열흘 동안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내년이면 출범 40년을 맞는 KBO리그 역사에서 1984년 한국시리즈는 최동원이 4승1패를 거둔 투혼 덕에 야구팬들 사이에서 아직도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를 만든 조은성 감독은 임호균, 김용철, 한문연 등 당시 롯데 자이언츠 선수·감독은 물론 김시진, 이만수, 김일융 등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이야기로 당시의 상황을 불러낸다. 강병철 당시 롯데 감독을 비롯한 양팀의 주요 코칭스태프, 기자, 캐스터, 팬들도 등장하며, 최동원의 어머니 김정자씨와 동생인 최수원 야구심판도 과거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이들 인터뷰와 당시 경기 중계, 뉴스 영상들을 묶어서 영화는 관객들을 당시 긴박했던 명승부 속으로 데려다놓는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당시 기록지를 꺼내드는 구성도 인상적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열렬한 팬인 배우 조진웅의 내레이션은 덤이다. 생전 최동원의 인생관을 담은 인터뷰, 동료인 임호균의 아이 돌잔치에서 조용필의 ‘한오백년’을 부르는 장면 등 그의 인간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11일 개봉.
‘왕십리 김종분’은 서울 성동구청 앞 왕십리역 11번 출구 앞에서 50년간 노점상을 해 온 김종분 할머니의 삶을 그린다. 김 할머니는 파마머리에 몸빼를 입고 전대를 허리에 찬 채 매일같이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손님들에게 외상을 주는 일도 많고, 번 돈으로는 함께 장사하는 사람들과 저녁을 사 먹는 마음 씀씀이를 보여준다. 그저 자신을 기다리는 단골을 맞이하려고, 언제라도 그들이 찾아올 수 있게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김 할머니에게는 둘째 딸 김귀정씨를 1991년 한 집회에서 백골단(사복경찰단)의 과잉 진압에 먼저 떠나보낸 아픈 기억도 있다. 김귀정 열사와 과거 학생 운동을 했던 사람들과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들이 김 할머니의 노점을 찾는 모습도 나온다. 그동안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김귀정 열사의 일기장 등 자세한 이야기도 담았다. 11일 개봉.
최고령 현역 방송인인 송해의 무대 뒤 진솔한 이야기를 다루는 ‘송해 1927’도 관객들을 찾는다. 한국의 TV 방송국 개국과 함께 시작된 그의 무대 인생은 코로나19 사태로 열리지 못하고 있는 KBS ‘전국 노래자랑’의 사회 담당으로 국민적 인기를 쌓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영화는 그가 젊은 시절 임권택 감독의 1969년 영화 ‘신세 좀 지자구요’를 시작으로 1970년대 TV에서 보여준 화려한 만담, MBC '웃으면 복이와요', KBS2 '유머 1번지', TBS '쇼쇼쇼', 라디오 ‘가로수를 누비며’ DJ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1988년부터 활동 중인 ‘전국 노래자랑’ 무대 위의 모습은 물론이다. 1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