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인프라 투자법안에 대한 기대감이 겹쳐 주요 지수가 모두 상승했는데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사상 처음으로 4,7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미국 증시의 강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유동성, 그리고 대안부족이 계속 주식시장에 투자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한동안 지속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썼던 리제네론의 항체 치료제가 코로나19 감염확률을 81.6%나 줄여준다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치료와 함께 8개월 동안 면역효과를 제공한다는 것이죠. 코로나 백신이 듣지 않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에 이어 이렇게 계속 진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여럿 있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과 관련해 큰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상황 판단에 도움이 될만한 언급을 했는데요. 연준 인사들의 인식과 채권시장 분위기를 알아보겠습니다.
이날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9월 기준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대비 4.4% 오른 것을 두고 “장기 목표치인 2%를 중간 정도(moderate) 오버슈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정책목표를 상당히 웃돈다는 것이죠.
여기에서는 1차로 지금의 물가상승이 연준 입장에서도 중간보다 훨씬 더 높다고 본다는 감을 잡는 게 중요합니다. 다음 멘트도 의미가 큰데요. 클라리다 부의장은 “나는 내년에 이런 수치가 반복되면 그것을 정책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책성공이 아니라는 것은 실패 혹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 정도 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미 전체적인 이슈인 상태에서 정책성공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상 정책실패 쪽에 가깝다는 쪽으로 말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정책 당국자들은 누구도 직접적으로 자신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전임자나 전 정권의 정책이 문제였다고는 얘기하지만 지금 정책에 과오가 있다고는 안 하지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탓을 하거나 공급문제가 예상보다 더 길어졌다는 식의 다른 표현을 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성공이 아니라고 말한 것 자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인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클라리다 부의장도 “내년 하반기 말까지 금리인상 조건이 충족될 것”이라고 봤는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클라리다는 인플레이션과 실업, 국내총생산(GDP)을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했다"며 “그는 2022년 말까지 최대고용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그때 그는 금리인상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마켓워치는 좀 더 공격적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 매체는 “클라리다는 금리인상 기준이 2022년 말 이전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클라리다는 파월 의장과 가깝다. 그의 발언은 인플레이션 급등에 연준 최고위층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클라리다 부의장의 발언에서 연준 내 분위기가 계속 변하고 있음을 읽어야 합니다. 특히 정책성공 문제를 운운했다는 것은 연준의 부담감이 매우 크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물론 클라리다는 이날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예상이 아니라 기대라고 보는 게 옳은데요.
그는 올해 물가상승폭이 지난 9월 FOMC 이후 내놓은 전망치인 3.7%보다 높은 4.0%를 찍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2.5%로 낮아질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는 “인플레이션의 대부분은 일시적인 것으로 판명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앞서 설명드린 내용과 같이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클라리다 부의장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내년에 인플레가 내려갈텐데 이번에도 예측이 틀리다면 결국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 것입니다. ‘내년에도 지금 수준이면 정책성공 아냐(사실상 실패)’, ‘내년 말까지는 금리인상 조건 만들어져’가 그 판단 근거인데요. 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경우 그대로 놔둬도 되는 게 아니라 바꿔야 합니다. 그것이 전 국민의 삶과 관계된다면 더 그런데요.
어쨌든 클라리다뿐만 아니라 연준 내 매파들도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매파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연준이 2022년에 금리를 두 번 인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는데요. 또 연준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습니다. 노동공급 부족에 내년까지 높은 인플레가 지속한다는 이유죠.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인 패트릭 하커도 이날 인플레이션이 완화하지 않으면 연준이 2023년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헀습니다. 그도 물가가 내려갈 것으로 보지만 내년에도 분위기가 반전하지 않으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죠. 지방 연은 총재들의 경우 각자 한명씩의 의견이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읽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이를 보면 결국 내년 상반기가 마지막 테스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테이퍼링이 끝나기 전인 상반기에 인플레이션이 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거나 되레 더 올라간다면 연준의 선택지는 매우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 임금(노동공급)과 공급망 문제 등이 중요해질텐데요.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물가가 머지 않아 2%대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마라”며 “공급병목 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임금은 기업들이 급여를 올리고 상여금을 제공하는데도 상승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노벨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연구를 보면 통화공급 확대는 18개월에서 2년 뒤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며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된 후 행동하면 이미 늦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노동공급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들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약 3분의2는 인건비로 설명할 수 있는데 지금 상황은 임금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물가와 임금의 악순환이 드디어 시작됐다는 말인데요.
다만, 채권시장의 신호는 좀 복잡합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의 여지를 두면서 지난 3일 FOMC 이후 연 0.5%를 넘어섰던 2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지난 주 계속 하락해 0.4% 선도 무너졌었는데요. 10년 물 국채도 FOMC 직후 1.6%를 돌파했다가 떨어졌죠.
월가에서도 이해가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원래는 오르거나 이렇게까지는 떨어졌으면 안 됐는데 합리적인 설명이 어렵다”며 “연말로 갈수록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최근 국채금리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였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채권투자자들의 기본 생각인데요. 이 관계자는 “채권만 하는 이들의 현재 생각은 ‘금리가 오르겠지’, 하지만 잠깐 오르다가 결국 (경기둔화에)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코로나 이전의 트렌드, 즉 경제수요는 적고 성장은 더디고 인플레는 발생하지 않는 시대로 되돌아가지 않을까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오늘은 10년 물 국채금리가 한때 1.50%를 다시 넘고 2년 물도 0.45%를 돌파했었지요. 이는 최근 금리수준이 너무 낮았다는 의미인 동시에 최소 내년에는 금리인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연준 고위인사들의 발언도 그렇구요. 어쨌든 주식시장 상승세는 이어지고 채권은 변동성이 크다는 점 알아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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