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더 ‘코미디’일 때가 있다. 어이없고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보다는 실소가 터져 나올 때 우린 ‘블랙 코미디’를 떠올린다.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웃음과 함께 선사하는 어두운 유머는 사람들에게 독특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마침 잔혹한 한국 사회의 여러 현실을 익살스럽게 풍자한 웹드라마가 공개돼 오영이가 찾아봤다.
바로 헬조선 대리만족 건국 시트콤 <국가의 탄생> 이다. ‘도른자’ 가족들이 ‘탈조선’을 꿈꾸며 새로운 제국 ‘파라다이시움’을 건국하는 ‘병맛’ 코미디 웹드라마로, 고리타 작가의 네이버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시트콤 원조 배우인 박상면과 윤유선이 출연해 추억 속 코미디 연기를 선사한다. AOA 찬미, SF9 주호, 배우 박상훈과 배우 서예화, 개그맨 김준호 등이 출연해 웃음을 더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1, 2화에서는 박상면 가족이 대한민국 땅 한복판에 초소형 국민체 ‘파라다이시움’을 건국하게 된 배경을 소개한다. ‘탈조선’을 꿈꾸며 나라를 세워버린 이 가족이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짧지만 시종일관 유쾌함을 선사한다. 저마다 웃픈 사연들이 하나씩 드러나는데, 사실 하나도 낯설지 않은 모습들이다. 정치인들의 ‘말바꾸기 정책’과 재개발 ‘헛소문’에 섣불리 땅 투기에 나섰다가 큰 돈을 잃게 된 ‘성욱(박상면)’의 이야기에서부터 직장 상사에게 온갖 무시를 당하는 계약직 여사원 소연(찬미), 기업 최종 면접장에서 당당히 소신을 밝혔지만 말 끝내기도 전에 ‘광속탈락’하게 된 호국(주호) 그리고 PPL 간접광고 문제까지. 다양한 우리 사회 속 문제들을 깨알같이 풍자하며 극을 채워나간다.
한편 부조리한 상황 속에 놓였던 약자가 상대방에게 복수를 날리는 ‘사이다’ 장면도 등장한다. 소연은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에게 “나도 귀한 집 자식이야!”를 시전하지만,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마냥 웃고만 있을 순 없었다. 웃다보면 씁쓸한 미소만이 남게 되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밑도 끝도 없는 4차원적인 유머 역시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대의 웃음코드를 맞추기엔 쉽지 않다. ‘빅재미’보다는 한번 쯤 모순이 가득한 사회를 유쾌한 시선으로 바라보고싶다면 이 웹드라마를 추천한다. ‘건국 시트콤’이라는 뻔하지 않은 소재와 불편한 현실을 재미있게 연출했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큰 매력인 만큼 새로운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현재 1, 2화까지만 공개돼 있다. 다음 회차의 공개 여부는 아마도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seezn(시즌)에서 지금 바로 볼 수 있다. 미리 영상리뷰를 보고싶다면 유튜브 검색창에서 ‘오영이'를 입력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