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안했는데 수십억 연봉…대기업·사주일가 '편법 富 대물림'

국세청, 30명 세무조사 착수
회삿돈으로 슈퍼카·고급주택 구매
콜옵션 편법 증여해 거액 차익도
코로나로 호황 누린 기업 대거 포함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코로나 경제 위기에 호황 업종을 영위하면서 반사이익을 독점하고 부를 편법 대물림한 대기업 및 사주 일가 30명의 세무조사 실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에도 오히려 호황을 맞은 대기업 제조 업체 A사는 출근은 물론 근무 사실이 없는 사주 일가에 연 수십억 원의 급여를 지급하고 회사 명의 고급 리조트도 사적으로 제공했다. 사주 아들은 회삿돈 수십억 원을 들여 고급 리무진을 몰았고 사주는 회삿돈으로 고가 미술품을 사들인 뒤 이를 수십억 원에 팔아 차익을 챙기고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았다. A사는 사주 동생 회사인 B사에 광고대행을 맡겨 B사가 ‘통행세’를 챙길 수 있도록 했다.


국세청은 9일 회삿돈을 사적으로 쓰거나 경영권을 편법 승계한 대기업과 사주 일가, 신종 금융 상품 등을 이용해 탈세한 중견기업 관계자 등 불공정 탈세 혐의자 30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홈코노미·여가소비·비대면 등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린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정보기술(IT)·부동산·건설·제조업 등의 12명은 부당한 고액 급여를 받거나 회삿돈으로 슈퍼카·고급주택을 사들이는 등 사익을 챙긴 탈세 혐의자다. 9명은 ‘통행세’를 받거나 경영권을 편법 승계한 혐의, 9명은 중견기업 관계자로 대기업 탈세 행태를 모방한 혐의가 포착됐다. 이번 조사 대상 업체들은 지난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평균 7,063억 원에서 7,514억 원으로 6% 이상 증가했다. 조사 대상 업체 사주 일가의 총재산은 최근 5년 사이에 30% 넘게 늘어 2020년 기준 약 9조 3,000억 원에 달했다. 이들이 보유한 재산 최고가액은 시가 84억 원의 서울 이태원 단독주택, 시가 26억 원의 콘도 회원권, 시가 7억 원의 독일산 리무진 등이다.


약품 도매업을 하는 C사는 거래처 병원장 자녀 명의로 설립한 D사를 약품 거래에 끼워 넣어 사실상 리베이트와 다름없는 통행세를 줬다. 대기업 그룹 주력 계열사인 E사는 사주 자녀가 설립한 F사를 기존 거래처와의 거래 단계 사이에 끼워 넣어 이익을 몰아줬다. 특히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책임회사인 F사는 E사가 저가로 발행한 사모 전환사채 수십억 원을 인수한 뒤 주식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사주 일가의 경영권 편법 승계도 진행했다.


또 중견기업 G사는 전환사채(CB)의 콜옵션(매수청구권)을 사주 자녀에게 무상 양도해 주가가 급등하는 시점에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거액의 시세 차익을 챙기도록 했다. 세금을 피하려고 복잡한 꼼수를 부려 부를 편법 이전한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