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상자산 과세 유예” 청년 표심 따라 춤추는 포퓰리즘

여권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8일 민주당 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한술 더 떠 가상자산의 공제 한도를 5,000만 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여권이 국회에서 법으로 정한 사안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일이다. 정치권은 과세 유예에 대해 시스템 등 준비 부족을 거론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8일 국회에서 “과세 시스템에 자신이 있다”며 반대했다. 가상자산의 공제 한도를 국내 상장 주식과 같은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도 형평성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다. 가상자산 투자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젊은 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일 뿐이다. 이런 여권의 선심 공세에 야당도 동조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우리 당도 3~4개월 전부터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공매도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비판한 것도 개인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립서비스로 들린다. 그는 지난해 8월 공매도 금지 해제 시한이 다가오자 금지 연장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매도 제한은 선진국 증시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규제일 뿐이다. 이 후보가 ‘2030 남자들이 펨코(남초 커뮤니티)에 모여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한 이유’라는 글을 공유하고 차별금지법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도 젊은 층, 특히 젊은 남성의 표를 의식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말로는 청년을 위한다면서 실제로는 사탕발림 공약만 쏟아내고 있다. 진정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표심 따라 춤추는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청년들에게 절실한 질 좋은 일자리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연금 개혁과 노동 개혁 같은 궂은일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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