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예술세계를 새롭게 조명한 대규모 회고전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 1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다.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과 공동주최 한 전시다.
국민화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박수근 회고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품작은 174점으로 박수근 전시 사상 최대 규모다.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도 유화 7점, 삽화 원화 12점에 이른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수집해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박수근 작품 33점 중 31점이 이번에 출품됐는데, 그 중 ‘세 여인’을 비롯한 ‘마을풍경’과 ‘산’ 등 3점은 최초로 공개된 작품이다.
박수근이 1962년에 그렸고, 당시 한국을 방문한 미국 미시건대학교 조지프 리 교수가 구입해 갔던 ‘노인들의 대화’는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와 전시됐다. 서던 캘리포니아대학교 퍼시픽아시아미술관 소장의 1964년작 ’귀로‘도 한국을 떠난 후 처음으로 돌아와 전시장에 걸렸다. 박수근의 양구초등학교 시절 은사인 오득영 유족이 소장해 온 ‘초가’를 비롯해 개인 소장품인 ‘웅크린 개’ ‘노상의 소녀’ 등이 처음 공개된 작품들이다.
박수근은 보통학교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해 조선미술전람회와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와 같은 관전을 통해 화가로 데뷔했다.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서구 추상미술이 급격히 유입되던 시절에도 박수근은 오로지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단순한 구도와 거칠거칠한 질감으로 표현했다. 배경을 제거하고, 간략한 직선으로 형태를 단순화해 거친 표면으로 마감한 그의 회화는 토속적인 미감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독학하던 시절의 화가를 집중 조명한 1부 ‘밀레를 사랑한 소년’에 이어 한국전쟁을 치른 참혹한 시절의 분위기를 전하는 2부 ‘미군과 전람회’ 서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3부 ‘창신동 사람들’, 여성과 나무라는 소재로 시공을 초월한 공감을 이끈 4부 ‘봄을 기다리는 나목’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에는 리움미술관 대표 소장품들도 대거 선보였다. 내년 3월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