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연구자들은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낮은 혼인율과 만혼(晩婚) 현상을 꼽는다. 실제로 우리나라 30대 미혼 인구 비중은 2010년 29.2%에서 2020년 42.5%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혼인은 32만 6,000건에서 23만 9,000건으로 줄었다. 초혼 연령은 2020년 현재 남자 33.2세, 여자 30.8세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추세가 바뀔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여성가족부의 ‘2020 청소년 종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9~24세 청소년 중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비율은 2017년 51%에서 2020년 39.1%로 크게 떨어졌다.
결혼은 매우 개인적인 의사결정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볼 때 생각의 틀을 바꿔볼 필요도 있다. 반드시 법률혼을 통해 아이를 낳아야 ‘정상 가족’이라는 인식을 깨보는 것이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혼은 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법률혼 가정을 꾸리지 않고 출산을 하는 사람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당사자들에게는 차별적으로 들릴 수 있음에도 ‘미혼모’라는 용어가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쓰이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하고 책임을 다해 키우고 싶은 미혼부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제도가 많이 바뀌어 다행이지만 미혼부들은 아이의 출생 등록부터 높은 벽을 넘어야 했다. 아빠와 아이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일치하더라도 아빠가 엄마의 이름과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을 모두 알지 못할 때에만 법원의 판단을 거쳐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는 건강보험 혜택이나 양육비 지원 등 공적 보호망에서 소외되는 현실을 이겨내며 성장해야 했다.
10년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혼율의 상승과 초저출산에 대한 대응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결혼이 출산의 전제가 돼야 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적 특성상 비혼·만혼 추세는 출산율 회복 가능성을 어둡게 한다”고 지적했고 우리나라도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체 출산 중 법률혼이 아닌 상태에서 출산 비중이 40~60% 수준이었던 프랑스·노르웨이 등은 당시 합계 출산율이 1.7명 이상으로 높았다. 2018년 기준으로도 1.84명(프랑스), 1.56명(노르웨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필자의 견해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는 것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법률혼으로 아이를 낳든 법률혼이 아닌 상태에서 아이를 낳든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법률과 제도에 있어서 출생 등록부터 의료·교육 등 일련의 과정에서 차별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고 비혼 상태에서의 출산과 양육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4월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혼중자·혼외자 등 민법상 차별적 용어 개선 등을 제안했고 다양한 가족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든 차별당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