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의 수사과정 곳곳에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10일 ‘2차 공방전’을 치르고 있다. 첫 소환조사에서 ‘허탕을 쳤다’는 평가를 받았던 공수처는 최근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해 얻은 물증을 통해 손 검사를 압박하는 중이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손 검사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수사정보담당관) 재직 당시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검찰 간부와 성명 불상의 직원에게 작성하도록 하고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공수처는 메신저 내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를 핵심 증거로 보고 있다. 반면 손 전 담당관 측은 손준성 보냄이 표시된 고발장 메시지를 보낸 기억이 없을 뿐더러 설령 전달된 사실이 있더라도 자신이 최초 전달한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받은 자료를 반송했거나 여러 경로를 거쳐 전달됐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그간 손 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입증에 주력해왔지만, 아직 손 검사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도 풀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일 손 검사, 지난 3일 김 의원을 상대로 각각 이뤄진 소환조사에서도 유의미한 진술을 얻어내지 못했다.
이번 조사의 관건은 공수처가 손 검사를 몰아세울 추가 단서를 확보했는지 여부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5일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해 고발 사주 관련 추가 감찰 자료를 확보했다. 대검 감찰부는 공수처에 사건을 넘긴 뒤에도 손 검사 등에 대한 감찰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압수물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대검 대변인이 사용했던 공용폰 포렌식 자료 등이 포함됐다. 이날 공수처는 손 검사를 상대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근무하면서 대변인실과 고발 사주 관련 논의를 주고받았는지 여부를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의 ‘판사 사찰 문건’ 불법 작성·배포 의혹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관련 의혹으로 고발한 사건을 지난달 22일 입건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사세행은 이날 손 검사에 대해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앞서 손 검사 측은 공수처의 수사과정을 문제 삼아 수사팀 주임검사인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 검사 4명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라 이날 조사와 관련한 추가 입장을 낼지도 관심이 모인다. 손 검사 측 변호인 박사의 변호사는 진정서에 피의자 소환 과정을 포함해 체포영장 청구 후 구속영장 기각까지의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심각하게 침해했던 사실과 피의자 신문 당일 모욕적·억압적 조사, 주임검사 면담 거부 등의 내용을 담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고발 사주 의혹의 피해자격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2회 공판이 서울고법에서 열렸다. 최 대표 측 변호인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수집한 범죄정보가 어떤 절차 걸쳐 입건에 이르는지, 대검이 고발장을 접수한 최 대표 사건이 어떻게 중앙지검으로 이첩됐는지 사실조회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