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원전 확대, 국민 공감대 있으면 가능”

한수원 이어 한전 사장까지 탈원전서 선회 주목
"원전, 정쟁 아닌 과학적으로 논의
신재생 전력불안정 과제 해결해야
탄소중립 국가간 레이스서 승리"
SMR 기술 개발에 5,000억 투자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10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제공=한국전력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현재 원전 비중이 적정하다고 보지만 그보다 더 많은 원전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추가 원전의 필요성을 언급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이어 한전 사장까지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배치되는 입장을 밝혔다.


정 사장은 10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국내에 24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2030년에도 24%가량의 발전량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만약 그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게 국민 대다수 의견이라면 정부 정책이 유지되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원전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있다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민 대다수가 원전 확대를 원할 경우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재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혁신적인 원전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해외 주요국의 원전 확대 방침에 대해 “한전은 SMR과 관련해 5,000억 원 이상의 기술 개발 투자를 상정하고 있다”며 “새로운 혁신적인 원전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는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 사장은 국내에서 원전 이슈가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는 점을 경계하며 “원전 등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지나치게 우호적이거나 반대하는 논의가 형성되는 점이 우려스럽다. 정쟁이 아니라 논리적·과학적·이성적으로 충분히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 공기업의 수장이 원전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원전 없이 탄소 중립 달성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현재까지 나와 있는 기술로 보면 2050년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로 가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답했다. 또 ‘우리나라에도 원전이 필요하다면 추가로 설치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질의에도 “그 부분은 정책의 영향이기 때문에 정책에 대해서는 따르고, (만약) 저한테 결정권이 있다면 한수원 최고경영자(CEO)로서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이나 전력 수급을 떠나 원자력 생태계만 따져본다면 한수원 CEO로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가 돼서 숨통을 틔워줬으면 좋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10일 광주에서 개막한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 2021’ 기조강연에서 “원전 없는 탄소 중립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원전을 배제한 정부의 탄소 중립 로드맵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의 기후 환경과 지형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적다고 지적한 만큼 정부 차원의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 사장은 정부의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맞춰 발전 비중이 크게 늘어날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불안정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꼽았다. 그는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을 가장 먼저 해결하는 나라가 탄소 중립이라는 국가 간 레이스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결정되는 내년 1분기 전기 요금의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올해 들어 석탄의 가격 상승률이 300%를 넘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변동 폭도 사상 최대”라며 원료 가격 상승세를 반영한 요금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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