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서울시정, 의회와 협치 나서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인터뷰]
의회 민주주의제도의 근간은 협치
오 시장 시민단체 예산 삭감 유감
시의회 건전한 비판까지 수용해야
소상공인 손실보상안 마련 시급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11일 서울시의회 의장실에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서울시민의 시정 참여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지금이라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서울시의회와 협치에 나서야 합니다.”


김인호(사진) 서울시의회 의장은 11일 서울시의회 의장실에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의회 민주주의의 본질은 협치이고 이로 인한 갈등은 서울시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간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일방적인 서울시정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오 시장은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올해 40조 1,562억 원보다 3조 9,186억 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 748억 원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취임 일성으로 추진해온 ‘서울시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시민단체 관련 예산 832억 원을 삭감하자 여당이 절대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전체 의석 110석 중 99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의도적 도발이자 정치적 난동”이라며 연일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김 의장은 “서울시의 민간위탁·보조금 사업을 박원순 전 시장의 사업으로만 몰고 가는데 해당 사업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자 서울시민의 요구에 따라 시행된 것”이라며 “시민의 시정 참여는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특히 선진국일수록 민간이 참여하는 민간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선임을 놓고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온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차기 사장으로 낙점하자 서울시의회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결론을 내렸다. 다만 시의회의 부적격 보고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오 시장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김 의장은 “김 후보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비판만 일삼아온 이론가”라며 “서울을 부동산 정책의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가 실패하면 그 피해는 서울시민을 넘어 온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부동산 정책은 취득세 감소로 이어져 서울시 세입에 차질을 야기하고 이는 서울시정 전반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의장은 지금이라도 오 시장이 취임 초기 공언했던 협치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서울시의회를 찾아 협치를 강조했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너무 빨리 신발을 거꾸로 갈아신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의회의 역할은 행정기관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인데 10여년 동안 서울시가 펼쳐왔던 정책들을 하루 아침에 뒤집는 것은 행정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해 7월 제 10대 서울시의회 후반기 의장에 취임한 김 의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덜어주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머리를 맞대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위한 서울시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각 지자체별로 처한 상황과 피해 규모가 다르기에 이를 반영한 맞춤형 틈새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서울시와 지속적으로 조율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울시 차원의 손실보상금 지원안은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양측의 대립이 계속될 경우 시의회가 내년도 서울시 예산에 반영된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을 대폭 삭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의장은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글로벌 톱5 도시’ 도약도 중요하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서울시민을 실효성 있게 지원하는 일”이라며 “서울시는 서울시의회의 건전한 비판과 지적을 수용하고 원칙 있는 시정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 9월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옛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의 제 17대 후반기 회장에 선출되며 지방자치제도의 저변 확대에도 매진하고 있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17개 광역자치단체 시·도의회 의장들로 구성된 협의체다. 지방자치 발전과 지방의회 운영에 관한 의회 상호교류 및 협력 증진, 불합리한 법령 및 제도개선을 위한 공동 활동 등을 통해 지방분권 및 지방자치 발전을 논의한다.


김 의장은 “지난해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에 본격 시행되고 올해는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을 맞이했다”며 “코로나19 종식 및 민생 안정, 실질적인 자치분권 구현, 협의회 위상 강화 등 3가지 과제를 차질 없이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내년 동대문구청장 출마설에 대해서는 일단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서울시 의정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시점”이라며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출마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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