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경중 더는 안통해…반도체 지렛대 삼고 아세안과 中보복 대비해야"

[종신집권 향하는 시진핑]
■ 한국 기업·정부 대응 어떻게
공급망 다변화로 피해 최소화하고
반도체 기술력 활용 이익 극대화
규제 리스크 큰 업종 脫중국 고려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일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급의 역사적 지도자 반열에 오르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이 고려해야 할 정치적 함수가 한층 복잡해졌다. 초당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그에 맞서는 시 주석의 대응이 한동안 거친 마찰음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줄곧 유지해왔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행보가 더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이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해 미중 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중국 현지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시 주석은 미국과의 경쟁을 통해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려는 것이 최대 국정 목표인 반면 미국은 초당적으로 대중 견제 기조를 안고 간다”며 미중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호진 전 청와대 외교비서관도 “앞으로 우리는 미국의 공급망에 들어가지 않으면 경제적 손해가 발생한다”며 “결국 미중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일정한 손해가 발생하는 지형이 된 만큼 경제 때문에 중국 편을 든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전문가들은 한국의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미중 전략 경쟁 속 전략적 위상을 끌어올리는 한 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미중이 전략경쟁의 꽃인 반도체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인 만큼 한국의 상대적 지위나 전략적 위상이 높아졌다”며 “지금 당장은 중국도 한국과의 관계를 잘 다져가고 싶은 시기”라고 말했다. 주 교수도 “반도체는 귀한 카드”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단기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반도체 능력이 중국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활용하면서 관계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 안보협의체 구상을 기점으로 한국이 상종가를 칠 기회가 온 만큼 국익을 우선하면서 게임의 패를 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종에 따라 중국 내에서 사업을 펼치는 것이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냉철한 분석도 나왔다. 이재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지역협력팀장은 “시 주석이 강조하는 것 가운데 부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공동부유’ 철학은 결국 기업에 대한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또한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기조가 더욱 거세질 수 있기에 과거처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성장세를 이어나가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 팀장은 게임이나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중국 진출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시 주석은 권력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졌으니 미중 갈등의 원인이 되는 현 통상 질서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요소수 사태에서도 확인됐듯 중국발 공급망 문제가 심각하게 커질 수 있고,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이 중국 진출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비해 역내 국가들과의 공동 대응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 전 비서관은 “일본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도 중국의 경제 보복이라는 문제를 골치 아파한다”며 “한국이 주도해 역내 일종의 방위 동맹처럼 중국에 보복을 당하는 국가를 위해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야 제재의 빈도나 강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민주주의 국가의 정체성에 기반한 선언이나 행동에 제재가 가해질 경우 공동 대응에 나서고 미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구도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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