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미국 상원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것은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합병을)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물론 한미 간 지원·협력 성과와 이면의 그늘을 함께 거론한 것이었지만 대선 후보로서 본격 외교 행보에 시동을 건 상황에서 불필요한 발언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이 자리는 SK 배터리 공장이 위치한 조지아주가 지역구인 존 오소프 미국 민주당 상원 의원이 방한한 것을 계기로 한미 동맹 강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오소프 의원을 만나 “한국은 미국의 지원과 협력 덕분에 전쟁을 이기고 체제를 유지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개발도상국 중 유일하게 경제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후보는 “그러나 거대한 성과 이면에 작은 그늘들이 있다”며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언급했다. 그는 “일본이 아니라 (식민 지배) 피해 국가인 한반도가 분할된 것이 한국전쟁의 원인임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오소프 의원은 “어제 전쟁기념관에 가서 한국군과 함께 나란히 싸운 유엔군뿐 아니라 조지아주 출신의 미군 참전 용사를 기리기 위해 헌화했다”며 “전쟁기념관을 방문하면서 다시 한번 양국 동맹이 얼마나 중요하고 영속적인지 깨달았다”고 답했다.
면담에 배석한 김한정 의원은 이 후보의 발언은 오소프 의원이 한미일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오소프 의원이 한미일 역사와 식민지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오소프 의원이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참여하는 등 한국 현대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들어 이 후보가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역시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언급하며 “오소프 의원이 이런 문제까지 인지하고 있다고 들었다. 대단하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가쓰라·태프트 협약은 1905년 러일전쟁 직후 하워드 태프트 당시 미국 육군 장관과 가쓰라 다로 당시 일본 총리가 미국과 일본이 각각 필리핀과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상호 승인하기로 합의한 협약이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휴대폰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청년 세대를 겨냥해 ‘안심 데이터 무료 제공’을 공약했다. 기존 데이터를 소진해도 최소 속도로 데이터 이용을 보장하는 옵션을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전날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약속한 데 이어 MZ세대를 위한 공약을 잇따라 내놓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2박 3일 동안 부산·울산·경남을 순회하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에서도 청년 세대와의 접촉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