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넘는 신생 회사)’ 기업 탄생이 잇따르면서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성과가 뛰어난 심사역들 중 100억 원 이상의 연봉자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VC가 받게 될 성과 보수가 대폭 늘어난 때문으로 VC 심사역들의 보수 체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12일 벤처 투자 업계에 따르면 유명 VC를 중심으로 임원 보수 한도를 기존 30억~100억 원 수준에서 1,000억 원 이상으로 늘리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조만간 임시 주주총회나 정기 주총, 사원 총회 등에 임원 보수 한도 증액 안건을 올려 의결에 나설 예정이다.
임원 보수 한도란 주총이나 사원 총회를 통해 결정한 상근·비상근 이사, 사외이사 등 등기이사에게 지급할 보수 상한액을 말한다. 임원 보수 한도가 100억 원인 VC의 경우 급여와 상여금을 포함해 등기이사들의 연봉 총합이 100억 원을 넘을 수 없다.
VC는 스타트업 투자 차익의 일부를 성과 보수로 받으며 이 중 약 30~50%를 직접 투자에 참여한 심사역에게 배분하고 있다. 최근 하이브·두나무 등에 투자해 대박을 낸 VC들은 임원을 겸하는 심사역들에게 성과 보수를 공정하게 배분하려면 임원 보수 한도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투자 이익이 1,000억 원대를 넘는 벤처 펀드가 많아진 때문이다.
다음 달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합병 예정인 디피씨는 조만간 열릴 임시 주총에서 임원 보수 한도를 대폭 증액할 예정이다. 스틱은 하이브 등에 대한 투자 성공으로 등기이사를 포함한 심사역들에게 수백억 원 규모의 상여금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리기술투자(041190)나 에이티넘인베스트(021080)먼트·DSC인베스트먼트(241520) 등은 두나무가 최근 하이브와의 주식 스와프로 기업가치가 20조 원 수준까지 급등한 것으로 평가돼 임원 보수 한도 증액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기술투자만 해도 지난 2015년 두나무에 약 56억 원을 투자해 지분 약 7.6%를 확보, 보수적으로 잡아도 조(兆) 단위의 차익 실현을 예상할 수 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도 두나무 설립 초기에 투자하며 100배 이상의 이익을 기대하고 있어 성과 보수도 수백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펀드들은 현재 성과 보수 배분 등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아울러 직방·무신사 등이 내년 이후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기업가치 10조 원)’ 반열에 오를 수 있어 VC들의 대박 행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벤처 투자 업계에서는 상장 VC 중 올해 전체 연봉이 100억 원을 넘는 등기이사나 심사역이 실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VC 심사역의 연봉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심사역에 대한 정당한 성과 배분이 벤처 산업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처 투자 업계에 고액 연봉자가 늘면서 최근 인력 쏠림이나 전문 심사역 확보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장 VC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김요한 DSC인베스트먼트 전무가 성과급 등을 포함해 19억 1,900만 원을 받았는데 100억 원 연봉이면 이보다 5배가량 많은 셈이다. 김 전무에 이어 신기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14억 2,200만 원의 연봉으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