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7년 공부 삼아, 경험 삼아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짧은 시간 동안 쓴맛을 제대로 봤습니다. 투자자가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모조리 다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그 때는 실수를 깨닫지 못했을뿐더러 오히려 이상한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남들이 다 망해도 나는 왠지 성공할 것 같은, 누가 봐도 이상한데 투자자 스스로만 모르는 자신감 말입니다.
아마 이제 투자를 시작하시는 분들은 제가 아무리 설명해도 잘 모를 겁니다. 직접 경험해 봐야, 시간이 지나봐야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으니까요. 한두 분이라도 이 실패 후기를 읽고 마음을 다잡으시길 바라며 망한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2018년 봄의 일입니다. 명색이 경제신문 기자니까 주식도 경험해봐야 한단 생각에 종목을 몇 개 골랐습니다. 그런데 저는 주식투자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익숙한 회사를 고르기로 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400만원이란 거금을 투자한 종목은…이름을 밝히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1인 가구인데도 장보러 가면 10만원어치를 카트에 담게 되는 그곳, 백화점과 식음료와 호텔과 패션, 화장품까지 다양한 형제 회사들을 두고 있는 그 곳이었습니다. 편의상 A주라고 부르겠습니다.
A주를 고른 이유는 이랬습니다.
①장보러 갈 때마다 손님들로 북적인다 ②경기가 나쁠 때도 다들 장을 보고 살지 않느냐. 설령 오프라인이 잘 안된다 해도 온라인몰 실적은 성장할 것이다. ③어차피 난 장기투자할 테니 단기간의 주가 변동은 상관 없다 ④매일 쏟아지는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많이 읽는데, 자회사들 실적도 기대되고 A사 전망이 괜찮더라.
그리고 2018년 4월 18일, 주당 27만7,166원에 15주를 매수했습니다. 3년 반 가량 지난 현재 A주의 근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장부상 손실인 169만5,925원은 다행히 큰 돈은 아닙니다. 하지만 돈을 잃었다는 것보다도, 언제 회복할지 모른다는 사실보다도, 저의 멍청함에 가슴이 아픕니다. 지난 3년 반의 시간 동안 천천히 실패의 원인을 곱씹었습니다. 현재까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 원인,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 원인, 공부를 안 했습니다. 세 번째 원인, 예측을 못 했습니다. 네 번째 원인, 이렇게까지 경영을 못할 줄은 몰랐습니다.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저는 결코 앞서가는 소비자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1인 가구라 그 곳에서 장을 볼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느라 가장 북적이는 주말에만 매장에 갈 수 있었구요. 이후로 자취생활 연차가 쌓이고 장보기 스킬에도 물이 오르면서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 곳은 결코 장보기 좋은 곳은 아니었습니다. 1, 2인 가구에겐 너무 대용량인 상품들을 팔고, 과일과 채소는 대체로 맛이 없는데도 비싼 편이고(TMI:한살림, 하나로마트, 연희동 사○가 마트가 농산물 퀄리티가 좋습니다), ‘어머 이건 사야 해!’ 싶은 제품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 주제에 공부도 안 했습니다. 재무제표? 당연히 안 봤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투자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고, 주식을 공부하고 기업을 공부해서 투자할 의지도 시간도 없습니다(그럼 투자를 아예 안 할거냐, 그건 아닙니다. 이 부분은 2편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충 애널리스트 리포트 몇 개 훑어본 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애널리스트 리포트에는 밝고 희망찬 내용만 담겨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투자 의견’은 거의 모두가 매수(BUY).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매도 의견인 리포트는 한국에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도저히 밝고 희망찬 구석이 없는 기업에 대한 리포트는 아예 안 나옵니다. 제가 A주에 투자했던 2018년 당시 A주 기업분석 리포트의 제목들은 이랬습니다.
물론, 이 모든 건 뒤늦게 깨달은 사실들입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 레터에서 마저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