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국내 대표 ‘3N’ 게임사 중 하나이자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5,006억원, 영업이익은 963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공개한 성적표는 1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 56%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날 만큼 3분기 ‘어닝쇼크’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에서는 주가가 상한가까지 치솟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매출과 영업익이 안 좋은데 주가는 전일대비 18만1,000원(29.92%) 오른 78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엔씨소프트가 오랜 숙고 끝에 회심의 기대작으로 선보인 ‘블레이드&소울2’를 출시한 직후인 지난 8월 26일 70만원 선이 붕괴된 후 50만~60만원 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블레이드&소울2가 흥행에 실패한 것이다.
최근 신작 리니지W가 양대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해도 주가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실적발표 당일, 주가는 3개월 만에 78만원 선까지 올라서며 상한가로 직행했다.
시가총액 20위권 대형종목의 상한가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시장 전망치에 밑도는 성적표를 내놓고도 상한가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의구심을 풀어줄 키워드는 바로 ‘대체불가토큰(NFT)’ 때문이다.
엔씨소프트가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중 NFT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새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하자 주가는 수직 상승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사는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내년 중 NFT, 블록체인을 결합한 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가 NFT를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4조가량 급증했다.
다수의 게임 담당 애널리스트는 엔씨소프트 목표주가를 100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9개 보고서가 쏟아지면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시장에서는 NFT를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표적인 NFT 수혜 게임주는 위메이드다.
NFT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8월 30일 상한가를 시작으로 가파르게 올라 이달 초까지 연일 신고가를 썼다.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 컴투스, 게임빌 등 다수의 상위권 게임업체가 NFT 관련 사업 계획을 내놓으며 주가 상승 버스에 올라 탔다.
엔터주도 줄줄이 급등했다.
‘엔터 대장주’ 하이브도 NFT 사업 진출을 공식 발표한 당일 전일 대비 7.57%나 상승한 38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2일에는 처음으로 장중 4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장외시장 블루칩인 블록체인 업체 두나무는 하이브와 합작법인 통해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과 NFT를 결합한 팬덤 기반의 신규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메타버스와 NFT기술 모두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다. 기술적 완성도도 아직 올라오지 못한 상태다.
NFT의 경우 △ NFT적용시 복제·재가공 문제 △저작권과 소유권 제도 미비 △과열 거품에 따른 주가 급락 가능성 등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메타버스와 NFT, 블록체인 등 시장의 관심이 부담스럽다”도 나온다.
관련 시장과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무분별하게 투자에 뛰어드는 행태가 지나친 과열로 이어져 오히려 기술 개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블록체인 게임은 현재 국내에서는 유통이 어려운 상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련 기술에 대한 법제화가 시급한 상황인데 투자자들은 이를 잘 아는지 모르는지 묻지마식 과열을 보이는 지경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화 우려를 이유로 블록체인 게임의 국내 심의를 내주지 않는다.국내 게임업체들은 일단 해외로 눈길을 돌려야 하는 실정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직 사업이나 실적이 실체화하지 않았는데도 주가가 폭등세를 보인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NFT 관련주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이다.
NFT 발표로 상한가를 친 직후인 다음 날 9.03% 급락 마감하며 시장과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메타버스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NFT 시장은 분명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주목해야 하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단기 보다는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