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오전(미국 시간 15일 저녁) 취임 후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한다. 한자리에서 직접 마주하는 ‘대면’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양국 정상 간 첫 단독 회담이 미중 긴장 관계를 누그러뜨릴 긍정적인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이번 회담이 ‘만남’ 이외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회담 이후 나란히 공동성명을 발표할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주요 외신들은 미중정상회담이 양국 관계 개선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타전했다.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기관지들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이날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양국 정상이 올해 두 차례 전화 통화를 거치면서 각자 입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면서 “(이번 회담이) 향후 미중 관계 설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 소속 뤼샹 연구원도 이번 회담을 사실상 ‘대면 접촉’으로 규정하며 긍정적인 결과 도출을 예상했다.
미중이 지난 11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후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깜짝 합의’를 이룬 점도 양국 간 긴장이 완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또 양국이 유학생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을 완화하기로 이미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회담 이상의 성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대만 문제와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등이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오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만 분리·독립은 양국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이 침공 시 대만에 미군을 파병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하고 중국이 즉각 “대만 분리·독립은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며 강한 어조로 반격한 것이 불과 지난달이다. 11일에도 미국 상·하원 의원과 미군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의원단이 대만 측과 ‘안보 현안’을 협의하자 중국은 군용기 6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띄워 무력시위를 벌였다. 그만큼 대만 이슈에서 양국 정상이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문제도 초미의 관심사다. 외신들은 최근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올림픽 초청장을 보냈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신장·홍콩 인권 등을 문제 삼고 있는 미국이 여기에 호락호락 응해줄지는 미지수다.
이 밖에 중국은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시작한 고율 관세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1단계 무역 합의 준수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또한 양국이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현안이다.
SCMP는 “미중 모두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회담 후 공동성명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