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면서 기름값 내린 석유公…"올 번 돈으로 이자 내기도 팍팍"

■내린 기름값, 자본잠식 석유공사가 떠안아
석유公 작년 당기순손실만 2.4조
올 이자보상배율 1 미만 떨어질듯
자영주유소 "손실 감수하며 특혜"
유가보조금 내려 화물업계도 불만

경기도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기흥휴게소에 차량이 주유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연합뉴스

유류세 인하 첫날인 지난 12일 일반 자영 주유소들은 남아 있는 재고 물량에 즉각 가격 인하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알뜰주유소와 정유사 직영 주유소는 인하분을 바로 판매가에 반영했다. 직영 주유소는 정유사가 공급 물량을 조절해 재고 판매에 따른 손실을 줄인다고 해도 농협과 한국석유공사가 정유사에 대량으로 석유제품을 구매해 판매하는 알뜰주유소의 즉각 할인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비밀은 의외로 간단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만 2조 4,392억 원에 달해 자본 잠식 상태인 석유공사가 손실을 떠안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재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의 올해 이자보상배율은 1 미만으로 전망됐다. 이자보상배율은 한 해 영업이익을 그해 갚아야 할 이자 비용으로 나눈 것인데 1보다 적으면 번 돈으로 이자도 다 갚을 수 없다.


석유공사는 수송 대란과 재고 운영 등을 감안해 11일 배송 물량을 주유소별로 올해 8~10월 출하 물량 중 가장 많은 월 물량의 2~3일 수준인 5만~15만 ℓ를 공급했다. 전국 1,233개 알뜰 주유소에서 이달 11일 휘발유를 최소 주문 물량인 5만 ℓ씩만 주문했다고 가정하면 석유공사는 101억 1,060만 원가량의 손실을 떠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측은 “유류세 인하를 하루 일찍 적용한 대신 인하 종료 시점 역시 하루 앞당기기로 했다”며 “이 같은 조치를 통해 비용을 보전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알뜰주유소의 유류세 인하 종료 시점은 정부가 정한 내년 4월 30일보다 하루 앞당긴 4월 29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알뜰주유소 업자들이 유류세가 환원되기 직전 물량을 몰아 주문할 가능성이 높아 이 같은 조치가 이미 발생한 손실을 보전해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선 자영 주유소 업자들은 석유공사가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알뜰주유소에 특혜를 줬다”며 분노하고 있다. 일부 자영 주유소들은 직영·알뜰주유소들이 기름 값을 대폭 내리면서 유류세 인하 전에 공급받은 재고를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 자영 주유소장은 “자영 주유소들은 낮아진 가격에 물량 구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직영·알뜰 주유소보다) 높은 가격에 파니 손님도 뚝 끊겼다”며 분노했다. 재고가 많은 알뜰주유소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류세 인하분을 즉각 내리도록 석유공사에서 재계약을 빌미로 압박을 넣었기 때문이다. 공사는 최근 자영 알뜰주유소 분기별 평가 항목에 정책 참여도를 신규 지표로 반영하겠다는 공지를 일선 알뜰주유소에 보냈다.


한편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와 함께 화물차·택시 등에 지급하던 유가보조금을 내리며 화물 운송 업계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는 유가보조금이 애초 유류세 변동분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것이라 혜택을 주기 위해 임의로 조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운송 업계에서는 유류세 인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