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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최고를 증명’하는 무대였다. 지난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리카르도 무티의 내한 공연은 세계 음악계가 왜 이들에게 찬사를 보내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앙코르를 포함한 약 2시간의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기립해 감동의 연주에 감사의 인사를 건넸고, 무대를 떠나는 거장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이날 공연은 프로그램부터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번 서울 공연은 협연자 없이 오스트리아 빈 작곡가들의 교향곡으로만 구성했다. 빈 음악의 정수를 오케스트라 연주만으로 들려주겠다는 빈 필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1부에는 모차르트 교향곡 제35번 D장조 ‘하프너’(25분)를, 2부에는 슈베르트 교향곡 제9번 ‘그레이트’(60분)를 연주했다. 두 곡 모두 작곡가가 빈에 있을 때 썼고, 초연부터 대성공을 거둔 전 세계 오케스트라의 필수 레퍼토리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마에스트로의 노련한 해석이 돋보인 2부의 그레이트였다. 이 작품은 묵직하고 웅장한 선율이 특징이지만, 무티는 이날 화려함을 강조하기보다는 세밀한 소리에 집중하며 여유로운 템포를 가져갔다. 황장원 평론가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빈필의 전용 연주홀인 무지크페라인과 비교해 공연장이 크다 보니 빈 필 사운드의 강점을 극대화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무리하게 밖으로 확장하는 해석이 아닌 공간에 어울리는 지휘로 연주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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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의 연주에 이어 선보인 앙코르 무대 역시 오스트리아의 대표 음악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황제 왈츠’로 꾸몄다. 신년 음악회의 대표 레퍼토리로 비엔나 음악의 명랑함과 화려함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황 평론가는 “황제는 무티가 그동안 신년 음악회에서 자주 선보여 온 작품”이라며 “1, 2부가 지휘자의 해석이 반영된 ‘무티 스타일’을 보여줬다면 앙코르 무대에선 빈 필의 본연의 화려한 음색을 펼쳐냈다”고 밝혔다.
1842년 창단한 빈 필은 한스 리히터, 구스타프 말러,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브루노 발터, 카를 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등 당대 최고의 지휘자들이 거쳐 간 유럽 최고의 오케스트라다. ‘빈 필 사운드’로 불리는 이들의 섬세하고 정교한 연주 스타일은 악단의 음악적 전통이자 가치로 정평이 나 있다. 1933년 이후 상임지휘자를 두지 않고 단원들이 직접 지휘자를 선발하는 시스템을 이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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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내한은 코로나 19 이후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첫 자가격리 면제로 성사됐다. 주요 좌석 관람권 가격이 40만원 대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판매 가능한 2,400여 석이 일찌감치 매진되며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2년 만의 내한 공연 첫 일정을 마무리 한 빈 필은 대전(15일)과 서울(16일·예술의전당), 부산(17일)에서 관객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