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혈당관리 잘한 당뇨병 환자, 뇌경색 치료 예후도 좋아

신경과 한문구·장준영 교수, 뇌졸중 다기관 코호트 분석
당화혈색소와 혈전제거시술 예후의 상관관계 최초 입증

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뇌경색은 혈관에 쌓인 딱딱한 노폐물 덩어리인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성인병에서 비롯되기 쉽다. 당뇨병 환자의 평상 시 혈당 조절 정도가 뇌경색 치료의 후유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근거 연구가 마련되어 눈길을 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한문구(사진) 신경과 교수가 장준영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와 함께 진행한 연구가 최근 국제학술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에 게재됐다고 15일 밝혔다. 국내 뇌졸중 다기관 코호트(CRCS-K)에 등록된 환자들 중 당뇨를 동반한 급성 뇌경색으로 혈전제거술을 받은 1,351명을 대상으로 입원 당시의 당화혈색소 수치와 시술 이후 기능 회복 정도를 비교, 분석한 연구다. 당화혈색소란 혈액 속 산소운반물질인 헤모글로빈이 당화한 수치로 최근 3개월간의 혈당 평균치를 의미한다.


연구 결과 뇌경색 발병 전 혈당 조절 정도에 따라 혈전 제거술 이후 증상이 악화될 위험이 다르게 나타났다. 평소 혈당이 잘 조절됐던 당뇨병 환자는 증상 악화 위험도가 23%에 그친 반면, 조절이 불량했던 환자는 31%로 높았다.


또한 급성기 뇌경색의 주된 치료법인 ‘혈전제거술’을 통해 재개통된 뇌경색 환자의 기능 회복에도 발병 전 혈당 조절 여부가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평소 당화혈색소를 7.0% 이하로 조절한 경우, 뇌경색의 후유증 없이 기능을 회복한 비율이 당화혈색소 수치가 7.0%를 넘긴 경우보다 47% 높았다. 특히 당화혈색소 수치가 7% 이하로 조절이 잘 된 환자는 나이, 성별, 뇌경색의 아형, 정맥 내 혈전용해제 사용 여부, 재개통 정도와 무관하게 좋은 예후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그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평소 혈당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 급성 뇌졸중이 발생하면 조기 신경학적 악화가 발생하고 회복이 부진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며 “하지만 실제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발병 전 혈당 조절과 뇌경색에 의한 혈전제거시술 예후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입증한 연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장준영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기관 뇌졸중 환자 코호트를 바탕으로 당뇨 환자의 적절한 혈당 관리가 뇌경색 발생 시 혈전제거술에 의한 기능회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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