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지난 며칠 간 연 1.55% 안팎을 유지하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일제히 하락했는데요. 30년 물 국채수익률도 다시 2%를 넘어섰습니다. 다만, 증시는 전반적으로 큰 폭의 하락은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코 앞으로 다가온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결정과 기준금리 방향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추가로 미 동부시간 기준 이날 저녁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화상 정상회담이 있는데요. 최근 들어 조금씩 변하고 있는 월가의 중국 경제에 관한 시각도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지난 주 말부터 워싱턴 정가를 중심으로 다시 차기 연준 의장에 대한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가능한 한 빨리 이번 주에 연준 의장을 파월 현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 가운데 누구로 할지 정할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월가의 분위기와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여전히 파월 의장이 좀 더 유리하긴 하지만 브레이너드 이사가 만만치 않을 정도로 치고 올라온 것으로 보입니다. WSJ은 이와 관련해 지금의 상황을 추론해볼 수 있는 세밀한 부분을 보도했는데요.
알려진 대로 두 사람 모두 지난 4일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을 했는데 브레이너드 이사의 경우 예정시간인 1시간을 좀 넘겼다고 합니다. WSJ은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브레이너드 이사와의 미팅은 예상보다 잘 진행됐다”고 하네요.
우리들도 면접을 보면 대충 감이 옵니다. 남의 면접 얘기를 들어봐도 그런데요.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고 시간도 길었다면 뭔가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분위기가 좋았다고 다 되는 건 아니죠. 분위기만 좋고 안 되는 경우도 많긴 한데요. 어쨌든 브레이너드 이사에 대한 선호도가 꽤 올라온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 주 목요일인 11일 워싱턴포스트(WP)도 백악관이 면담 이후에도 브레이너드 이사 측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고 했는데요. WP는 브레이너드가 △상대적으로 고용에 더 신경을 쓰며 △기후변화 대응에 더 적합하고 △월가 규제에 낫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브레이너드 이사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아젠다에 더 적합하며 그래서 수장이 바뀔 수도 있다(확실히 바뀐다는 건 아님)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파월이 약간이라도 더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WP 보도가 나온 날 CNN은 “파월이 차기 의장 경주에서 앞서 있다”고 했습니다.
15일 미 경제 방송 CNBC의 간판 해설자 짐 크레이머도 파월이 재지정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면 놀랄 것”이라며 “파월은 좋은 위치에 있다”고 해석했는데요.
파월 의장의 재지명을 점치는 쪽은 바이든 대통령이 추가적으로 인프라 예산을 통과시키려면 공화당을 자극해서는 안 되는데 파월 의장은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널리 지지를 받고 있고, 코로나19 초기에도 대응을 잘했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금 섣불리 바꿨다가 혹시라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파월 의장도 인플레이션 책임문제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6.2% 상승이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온 이후로는 더 한데요. 이미 월가에서는 연준의 대응이 뒤처졌으며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CNBC에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설명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는데요. 일시적이라고 했던 말이 틀리고 계속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내년 상반기에 들어서도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신뢰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조차 인플레 상승세를 꺾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했는데 뭐라고 할 말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를 고려하면 인플레 책임을 끊고 가면서 정책 아젠다도 더 잘 맞는 브레이너드를 선택할 수 있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반대 해석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공통된 분석은 ①파월이 되든 브레이너드가 되든 큰 틀에서 통화정책의 줄기가 바뀌지는 않는다 ②브레이너드가 파월보다 비둘기파적이다 ③브레이너드가 의장이 되면 금리인상이 좀 더 늦어질 수 있다 등입니다.
이 말은 브레이너드가 인플레 우려에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인플레 대응 문제로 파월을 바꾼다고 하면서 큰 틀에서는 비슷하겠지만 어쨌든 더 통화 완화론자를 임명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겠죠. WSJ은 “높은 인플레가 파월의 재임명 가능성을 낮추느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며 “현 상황에서는 (인플레 탓에) 더 비둘기파적으로 보이는 인물을 임명하는 것을 꺼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경우든 연준이 금리인상 쪽으로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엘 에리언 선임고문의 지적도 지적이지만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윌리엄 더들리는 “연준이 아마도 내년 6월이나 그 이후부터 움직이기 시작할텐데 아마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금리를 더 빨리 올릴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2004년부터 2006년 시기에 연준은 17번에 걸쳐 금리를 올렸는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마다 0.25%포인트씩 올려, 1%에서 5.25%까지 상승했다는 겁니다. 더들리 전 총재는 “이게 극단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당시에는 인플레이션이 없었다는 점”이라며 1차적으로 기준금리가 3~4%까지 빠르게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지금도 수요만큼은 좋은 것이 확실합니다. 마스터카드에 따르면 달 말 땡스기빙 주에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10.0%, 2019년과 비교하면 12.2%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는데요. 블랙프라이데이 하루만 전년 대비 20%나 급등할 것이라고 합니다. 16일에 나올 10월 소매판매와 이번 주 예정된 월마트와 홈디포, 메이시스 같은 업체들의 실적을 보면 좀더 자세히 알 수 있을 듯합니다. 현재로서는 10월 소매판매 실적은 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별도로 중국에 관한 얘기 마지막으로 전해드릴까 합니다. 지난 주 인플레이션이 계속 이슈가 돼 적지 못했는데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 창업주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한 언급이 있습니다. 국내 언론에는 보도가 되지 않았는데 미중 화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그는 피할 수 없는 이슈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금리상승과 미중 관계 두 가지를 꼽았는데요. 그는 “금리가 올라가면 자산가격이 떨어질 것이고 가치를 유지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라며 “지정학적 이슈는 미중 관계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았고 일부 분야는 관계가 더 악화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결과 나는 사람들이 중국에 투자하거나 사업하는 것을 걱정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은 큰 시장이다. 하지만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월가 금융사들이 그래왔지만 루빈스타인도 중국에 호의적이었습니다. 시장이 크기 때문이죠. 그는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19년, 미중 무역합의를 안 하면 트럼프의 재선이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을 정도입니다. 지난해에도 미중 관계가 좋아지기 전에 나빠지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었죠.
하지만 기본 스탠스에 일정 부분 변화가 온 것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동부유론과 IT기업 탄압, 홍콩에 대한 압제를 보면서 기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앞서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블랙록의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투자가 실패할 것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습니다.
여전히 골드만삭스는 중국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월가의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어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 부동산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그냥 넘길 부분이 아닌데요. 중국에서 돈 벌 궁리를 많이 했던 월가가 양국 관계에서 빠지면 두 나라를 이어지는 고리도 하나 사라지는 셈입니다. 이 부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요.
이날 미국 정부는 화상회의에서 중국 정부에 대만에 대한 압박과 불공정 경제행위, 인권 문제 등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고 재차 확인했습니다. 대만의 방어가 아닌 독립을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할 리는 없고 기후변화에서 깜짝합의를 이뤘지만 양국의 관계개선은 멀고 멀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인데요. 중국 시장의 리스크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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