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왕실 셰프의 김치 담그기 도전…"버킹엄궁 메뉴에 올리고 싶다"

런던 유명 요리학교에 수석셰프 등 모여 김치 담그기 행사

영국 왕실 수석 셰프인 마크 플래너건씨가 15일(현지시간) 버무린 김치를 병에 넣고 있다. /연합뉴스

플래너건 셰프가 15일(현지시간) 주영 한국대사관과 셰프 양성 전문학교인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 칼리지 주관으로 개최된 김치 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왕실 수석부주방장 필립 페이절스씨도 함께 자리했다.


이날 행사는 BBC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셰프 주디 주의 안내에 따라 호텔 셰프, 요리학교 강사, 음식생산· 메뉴 개발자, 영양 전문가 등 30여명이 김치 담그기에 도전하는 자리다.


플래너건 셰프뿐 아니라 대부분 참가자가 한국 김치를 먹어보긴 했어도 만들어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런던 시내 유명 요리학교인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 칼리지에서 운영하는 식당이 김장터 풍경으로 탈바꿈했다.



15일(현지시간) 주영 한국대사관과 셰프 양성 전문학교인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 컬리지 주관으로 개최된 김치 담그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참가자들은 절인 배추, 마늘, 생강, 파, 당근, 고춧가루, 멸치액젓, 새우젓, 매실액, 다시마 육수 등 김치 재료에 관해 설명을 들으며 살짝 맛을 보거나 냄새를 맡기도 했다. 플래너건 셰프는 고춧가루를 가득 넣고 양념을 만들더니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주디 주의 양념과 비교해보기도 했다.


주디 주의 설명을 따라 배춧잎에 양념을 버무리고는 유리병에 김치를 꾹꾹 눌러 담아 완성했다. 그는 "김치를 항아리에 담아 땅속에 묻는다고 들었다"라며 저장 방법을 묻다가 한국 가정엔 김치냉장고가 따로 있다고 하니 놀라워하기도 했다. 또 김장철에 한 번 담가서 얼마나 오래 먹는지, 김치가 너무 익으면 요리를 하라는 말에 어떤 요리를 할 수 있는지, 김치를 아침에도 먹는다는데 어떻게 먹는지 등 여러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주영한국대사관의 요리사가 담가 왕실에 선물로 보낸 김치를 맛있게 먹었다면서 이렇게 직접 김치를 담가보는 행사가 한국 문화를 알리는 좋은 외교적 노력이라고 호평했다. 또 안동에서 여왕 생일선물로 보낸 사과도 맛이 인상 깊었다며 영국에선 그런 사과는 구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건 주영한국대사가 15일(현지시간) 김치 담그기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행사를 진행한 주디 주 셰프. /연합뉴스

이탈리아 고급 식자재 사업을 하는 시몬 고제띠씨는 "중국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사러 한국 슈퍼에 갔다가 김치가 있길래 사서 먹어봤는데 맛이 있어서 이후로 자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치 담그기에 이어 영국 브라이턴-서식스 의대에서 강의하는 영양학 전문가 일레인 매캐닌치는 김치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우울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김건 주영한국대사는 인사말에서 "외식업계의 유명 쉐프들이 진짜 김치가 무엇인지 체험하고 제자에게도 가르쳐주게 될 것이란 점에서 오늘 행사가 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치를 사랑하는 영국인이 늘고 있고 외교관도 음식문화를 홍보하는 것이 주요 업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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